눈두덩이 안쪽이 욱신거렸다
햇빛을 보면 발작하는 거미가 기생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머리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 했다
앞과 뒤를 잊어버린 사람도 있다 했다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믿었다.
허상이었다 살아있는 것들은
휴대폰 충전기를 손목에 대고 있으면 따가워서 좋았고
샤워는 따뜻한 물로만 해야 했다.
얼음을 입에 물고 추위에 떤다
'있는 그대로'를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지러운 사람이 되었다
손톱깎이를 칼 대신 쓰고 창문을 침대로 쓴다
책에 뿌릴 소금을 좀 찾아야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가운 것은?
정답: 고양이의 혀.
세상은 불쌍한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보는 척을 하고 살아왔다
세상은 불쌍하지 않은데.
손톱 아래 생긴 상처가 낫질 않는다
손을 잃어버린 사람을 만들어야 했다
내일은 왼쪽 허벅지가 아플 것이다.
초록을 사랑하고 여름을 증오했다
빨강은 천박했고 겨울은 띄엄띄엄 있었고
자주 아무것도 없이 그저 어두웠고.
다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나 있는 곳 남는 것은 없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