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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증언 09화

오월

by SAndCactus

소리를 지른다 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세상에는 딱딱한 것이 너무 많다 가물치가 양식장 시멘트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는다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몸을 박고 말라가는 냉이와 고층 빌딩 거울 같은 유리창을 마주한 까치도 제각기 서러웠을 테지만 세 번의 죽음이 한 번의 죽음보다 아파야 할 이유가 도저히 없다 헐벗고 자란 소나무는 누굴 원망해야 하나 알지도 못하고 위로 뻗기만 하는데, 뻗기만 하다 기어코 쓰러질 것이다 경적 소리, 미지근한 바람 한 줄기로 플라타너스 어린잎들 아직은 어색하게 매달려 있어도 곧 위풍당당하게 자랄 것이다 전깃줄에 얽힐 미래를 위하여 바람 불면 태극기 하나 가물치처럼 하늘에 꿰인 채 흔들리는데 온통 절규뿐이고 봄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죽이고서야 태어나는 거고 우리는 얼마나 더 서러워야 하는가 세상에는 태울 것이 너무 많다 시뻘건 하늘을 뒤로하고 남은 절망의 개수를 세느라 고개를 땅으로 처박은 사람들은 날 때부터 귀머거리라 곧 눈마저 멀게 할 모래바람 속으로 자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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