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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증언 08화

그리움

by SAndCactus

지나간 모든 것들에 값을 매기다 울었다 곧

그 울음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손톱이

사랑보다 비싸 인생이 싸구려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안경을 사려면 창자를 내다 팔아야 했다 흉터

위에는 박스테이프를 붙이자, 가성비를 생각하자, 상처는

아무는 것보다 터지는 게 더 나았다 기억은

묻으면 흙이 된다 딱정벌레는 3천원이었고 먹이는

너무 비싸 살 수가 없었다


머리카락을 잘라 냉장고 위에 올려두었다 자르는 김에

귀도 잘랐다 적어도 5만원은 받아야 해, 그러나 5만원은 곧

5천원이었고 또한 5백원이었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동전 초콜릿은

하나에 50원이었는데 지금은 내 귀가 되었다 시한부

인 김에 죽어 보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여름이면

녹을 테니까 현재는 얼마로 살 수 있나

인터넷에서 판다는 과거는 7천만 원에 미래는 3천5백만 원이었는데

환율이 오르길 천만다행이었다 현재는 고작 8만8천 원이었고 지갑에는

고작이 없었다 숟가락으로 얼음을 퍼다가 창문 밖으로 버렸다 여름이면

녹을 것이다 홍수를 일으킬 것이다

고작


팔 것은 이제 심장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건 팔아도 값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그냥 준대도 싫다는 것을 버리고 올 수는 없어 다시 꾸역꾸역 가슴 속에 밀어 넣었다. 넣는 김에 머리카락도 넣고 귀도 넣고 딱정벌레도 넣고 가슴을 닫았다.


갈비뼈 안으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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