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는데 딸아이가 배 아프다고 지속적으로 통증 호소를 하는 것이다. 분명 나오기 직전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대변 누는 걸 봤는데 말이다.
결국 외출하고 얼마 안 돼서 집으로 향하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딸아이가 말했다
“사실 점심 먹고부터 아팠어요 “
딸아이의 말에 그날 학교 점심을 떠올려봤다.
학교 알림에 ’ 오늘의 급식‘ 으로 그날그날 점심메뉴 사진이 올라오기에 나도 매일 확인하는 편이었는데, 순간 그날 메뉴에 꽃게 무슨 국이 있었던 게 팍, 떠올랐다.
급식 중 뭐가 안 맞았나? 싶었지만 같은 점심밥을 먹은 아들은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에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없었고 집에서 먹은 수박인가? 뭔가? 하며 혼자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나의 옆에 서있던 아들이 말했다
“엄마, 근데 그 게 어떻게 먹는 거예요? “
순간 픽, 하고 웃음이 났다. 내 생각이 났기에-
옆에서 딸아이가 말한다.
” 하나 잡고 쭉쭉 빨아먹으면 돼 “
그 이야기에 한번 더 픽 웃음이 나왔다. 황남편과 똑같아서-
어쩜 똑같은 환경, 상황, 상태에서 같이 생활하는데 둘이 이리 다를까, 그렇게 다르면서도 어쩜 한 명 한 명씩 똑 베어 닮았을까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내가 그랬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게 발라 먹는 건 물론, 새우껍질, 생선 발라먹기 등등
손이 많이 가는 건 그냥 안 먹어버린다.
꼭,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꼭 상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어렸을 땐 아들처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손을 대지 않았고 지금은 그때의 행동이 습관 돼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난 그때 방법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혼자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저 멀리 젓가락을 가져다 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럴 땐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앞에 있는 거 먹으면 된다는 생각.
저 멀리 있는 게 먹고 싶지만 굳이 안 먹어도 된다는 생각
사실 아들을 보며 느끼고는 있었다.
시댁 식구나 다른 많은 사람들과 밥 먹을 때 눈앞에 반찬이랑만 한 그릇 뚝딱 비워내고 밥 위에 올려주지 않으면 굳이
원하지도 찾지도 않는 아들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반면에 황남편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본인이 먹고 싶으면 집어와서 꼭! 먹는다. 심지어 생선 가시 바르기, 껍질 벗기기 등
유연하게 해낸다. 한 번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는 나의 물음에 “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딸아이도 마찬가지다. 나 같으면 그냥 그냥 먹을 거 같은데
이 아이는 분명한 요구사항이 있다. 생선이 먹고 싶으면 생선, 고기가 먹고 싶으면 고기, 맛이 없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패스-
딸아이를 보며 부럽기도 하고 ‘아빠’ 닮아 까탈스럽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더욱 컸다.
부러움의 이유는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혼자 생각을 끝내고 아들에게 물었다.
“ 그래서 게 어떻게 먹었어?”
“안 먹었어요 “
“다음부턴 동생이 말한 대로 쪽쪽 빨아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