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Jul 11. 2024

눈물이 많은 너 와 나

나의 눈물주머니를 이어받은 아들 녀석의 이야기


우리 아들의 눈물주머니 버튼 작동은 아주 귀여웠다.

생후 6개월쯤? ‘이놈’ 한마디면 0.1초 만에 ‘으앙‘하고 울어버렸는데 그게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도 아들은 서러운 일, 힘든 일, 슬픈 일, 그러니까 즐거운 감정 뺀 상황에서 눈물이 날 때면 0.1초면 충분하다. 나와 영어 단어 시험을 보다가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말대신 눈물이 감정을 나타내듯 우리 아들은 눈물이 정말 많다


아들이 울면 우리 부부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남편: “ 또 울어? 그게 울 일이야?”

(아들에게 안 들리게 입 모양으로 나에게만 말한다)

엄마: “ 이래, 이래서 그런 거지 당연히 눈물 나지”


며칠 전 학원을 다녀와 저녁을 먹던 아들이 나를 불렀다.

“엄마 오늘 친구랑 게임하다가 (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다) 절교할 뻔했어요 “


이유인즉 아들 친구에겐 두 살 터울 형이 있는데 게임에서 형제 둘이서 아들만 집중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좋게 좋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알겠다고 대답하던 친구가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갔고 너무 화가 난 아들은 본인이 먼저  절교하자고 해버렸다면서  그 상황이 너무 슬프다고 말하며 끝내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엔 놀랐다.

주변에서 언니들이 그랬다.  있었던 일 말하지 않는 건 아들내미들의 성격이라고. 하지만 우리 아들은 정말 밖에서 있었던 일을 잘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엄마인 내가 알고 먼저 물어봐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괜찮다고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던 아들이 먼저 그렇게 표현하니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들은 그렇게 0.1초 만의 머리를 숙이며 엉엉 울더니 조금 뒤스스로 마음의 정리가 됐는지 고개를 들었다.

많이 속상하겠다고 나름 공감의 언어로 표현한 나의 말에 속상하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도 괜찮아요, 절교 안 하기로 했거든요 ‘


아들의 절교 이야기에 친구가 미안하다고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사과를 받아 줬고 다시 친하게 지낼 것이라고 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아들의 진심 어린 우정을 응원했을 것이지만 그러면서 아들은 한마디 더 덧붙였다.

 “엄마 조금 이따 그 친구랑 게임해도 돼요?”

순간 진심 어린 위로의 감정이 바사삭 사라졌다

“너 그 말하고 싶어서 나한테 먼저 감정유발 한 거지?”

이번에도 당했다-



이전 04화 이놈의 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