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입맛까지 이렇게 너 한 스푼, 나 한 스푼 닮았을까?!
인간의 유전자란 정말 신기하고도 무섭다.
입맛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서 나오나 보다.
이유식을 먹을 때부터 아들과 딸은 정말 달랐다.
처음 아들의 첫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나는 정말 온갖 정성을 다 쏟아냈다. 매일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유식을 만드는 것이었을 정도였고 낮엔 친정 엄마, 저녁엔 퇴근하고 놀러 와주는친구들 덕분에 오로지 몰두해서 안 만들어 본 이유식이 없을 정도로 갖가지 종류별로 이유식만 만들어댔다.
나의 정성을 아는 것처럼 아들은 매끼 정해진 양을 오래 걸리지도 않고 뚝딱, 뚝딱 비워내며 맛있게 먹어줬고 나는 그 모습에 힘을 얻어 더욱더 영혼을 갈아 만들어 먹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딸아이는 젖병으로 분유를 먹으면서도 좀 아들에 비해 까다로웠다.
우유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뜨겁거나 조금이라도 차가우면 젖꼭지를 툭-툭 뱉어대며 절대 먹지 않았고 조금 뭉쳐도 조금 차가워도 아무 거부 없이 먹던 아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 입맛이 어디 갈까? 이유식을 먹일 때도 아주 고난이었다.
물론, 여기서 정확히 밝혀야 하는 건 아들 이유식에 쏟은 정성의 반에 반도 딸 이유식에는 정성을 쏟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 미음을 만들어 먹이고 그 뒤로도 애써 만들어 먹이면 몇 스푼 먹지 않고 고개를 핑핑 돌려버리는 딸아이 모습에 힘이 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때 상황은 이유식에만 몰두할 수 없는 전과 많이 변해있었다.
그런 여러 이유들로 딸아이의 이유식을 업체에서 주문시켜 먹였는데 조금 웃픈 건 그나마 그건 내가 만들어준 것보다 잘먹었다는 것이다. 그. 나. 마
아이들이 한 살 한 살 성장할수록 본격 입맛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그 모습이 나와 남편의 반반이라는 것이다.
일단 나는 묽은 제형의 느낌, 촉감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들이 꼭 나와 닮았다.
요플레와 죽을 절대 먹지 않고 지금은 왜 그랬을까 싶지만 어릴 때 나는 모든 음식에 소스를 뿌려먹거나 찍어먹거나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탕수육은 소스 없이 튀김만 먹었고 돈가스 소스도 물론이고 계란프라이에도 케첩을 같이 먹지 않았는데 아들도 웬만하면 소스를 먹지 않고 조금이라도 묻으면 아예 입에 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내 어릴 적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니 무슨 마음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자연스레 취향을 존중하게 되었다.
반면, 딸아이는 소스가 없으면 먹지 않는 스타일이 딱 황남편과 똑같다. 연애 때 돈가스 소스를 찍어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소스를 먹는 건지 돈가스를 먹는 건가 했었는데 언젠가 딸아이가 돈가스 소스를 찍어 먹는 것을, 계란프라이에 케첩을 찍어 먹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스를 많이 먹으면 좋은 것이 아니기에 적당히 먹을 것을 말하지만 본능인지 그 정도 먹지 않으면 아예 음식 먹는 것을 그만둘 정도이니… 딸 취향은 이해는 못하겠지만 존중은..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기다 딸은 엄청난 미식가.
모든 재료 본연의 맛을 정확하게 느끼고 표현한다.
쓴맛. 단맛. 매운맛. 신맛 어느 부분에도 놓치지 않고 잘 느끼기에 처음 음식을 한 입 먹고 나면 더 먹을 것인지 그만 먹을 것인지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그러니 집안에선 어느 순간 딸아이가 잘 먹는 건 맛있는 음식 잘 먹지 않는 건 맛없는 음식으로 규정되어 버릴 정도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황남편은 항상 말한다.
“나 닮아서 미식가네” 그것도 얄밉게 약간 뿌듯함을 담아서-
그렇다. 황남편도 아주 기가 막히게 좋은 후각과 아주 미세하고 예민한 미각의 소유자시다.
이런 예민한 분들 속에서 음식하고 빨래하고 살림하며 살아가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그러면서도 그들이 만족해하면 괜히 내 레벨이? 상승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하는 게 나쁘지는 않다.
이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길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