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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n 19. 2024

퇴사 통보를 받았다 2

기간 한정

지난 5월 첫째 주 첫 퇴사통보를 받았다.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감정들이 엎치락 뒤치락 난리 쳤다.

그래도 그 감정들을 애써 조절하고 감당하며 받아들이던 찰나에 ‘아직 정해진 건 없다’라는 전제가 깔린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게 나의 퇴사는 보류가 되었다.


언젠간, 머지않아 나의 퇴사가 다가올 거라는 건 마음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장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적어도 세 달 정도는 시간이 있으리라 짐작하며 지내던 어느 날, 나는 두 번째 퇴사통보를 받게 되었다.


확실치 않은 나날 속 세 달이라는 기간은 나도 모르게 마음속 확신이 되어 있던 걸까? 6월 말, 그러니까 2주 채 남지 않은 기간 후엔 퇴사라고 하니 첫 번째보다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퇴사를 통보하는 방식은 같았다.

마지막의 냄새를 풍긴다.

직원들은 그 냄새를 맡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계속해서 냄새를 풍긴다

직원들은 상상이 현실임을 직감한다

냄새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바로 내 앞이었다.


당일 아침에도 나는 그 냄새를 느끼고 있었고 담담한 척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남편에게 문자로 통해 생중계하고 있었다. 늦어지는 답장에 초조함을 느낄 때쯤 자연스럽게 나의 끝을 듣게 되었다.


미리 접종 비용을 선납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라며 멘트는 어떤 게 좋을지 생각하며 시작됐고 7월 초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나의 퇴사는 정해져 버렸다.


허무하다.


기간한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또다시 첫 통보를 들었을 때랑 다르지 않은 걸까. 그때 면역 형성이 덜 됐다 보다.


또다시 나는 2주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처음부터 다시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관리하고 조절하고 애써야 한다.


겨우 한 달 더 일하려고, 나는 안심의 마음 끈을 풀었던 거구나 싶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있었던 걸 나 스스로가 알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조금의 위안이 나를 감싸준다.


다시 마음을 버리자.

그리고 전에 싸놨던 짐, 풀지 않았기에 다행이고 미련 없이 받아들이자. 그 미련 버림은 짐을 당장 들고 가는 것이다.

텅 빈 캐비닛 속처럼 마음도 텅 비워버리자. 미련 없이-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퇴사의 디데이는 또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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