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거의 마지막일 거 같은 어느 햇살 강한 낮
엄마와의 둘만의 시간을 보내었다.
나는 퇴사한 백수, 엄마는 오전 근무만 마치고 반차를 쓴
직장인. 많이 다른 상황, 이전까지는 내가 쉬어도 엄마가
반차를 써도 아이들의 방학중이라는 큰 벽이 가로막아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일 거 같다는 말의 뜻은 곧 내가 취직을 해야 하니까? 아니 취직을 할 것이니까.
만남의 목적은 딸아이의 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엄마가 사준다는 고마운 날이었고 늦지 않게 약속한 백화점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었기에 배를 먼저 채우고자 식당가로 내려갔다. 평소 자주 가는 곳이 아니니 새로운 눈빛을 내뿜으며 미리 검색해서 알아온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쌀국수 매장이었다. 보통 엄마와 나는 그 음식을 줄곧 즐기며 먹기에 검색 후 쌀국수 매장이 있음에 반가웠는데..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엄마는 다른 매장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나와 같은 눈빛을 내뿜으며
쌀국수 맛있다는 나의 말에 이런 날은 색다른 걸 먹고 싶다고 했고 엄마가 말하는 이런 날에 맞춰 우린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라멘이라는 음식을 선택했다.
당연히? 옷을 사줄 것인 엄마 대신 점심값을 계산했고 깨끗하고 넓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다른 매장들은 큰 화면창으로 번호를 띄어주는 방식이었는데 이 매장만 진동벨을 주었다.
진동이 느껴지기를 기다리던 그때, 늦지 않게 울리기 시작했는데 진동만 징징 거리는 것이 아니라 듣기 싫은 이상한 작은 어떤 소리까지 같이 나는 것이었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하나 둘 돌리는 사람들의 눈빛에
조금 당황스러웠고 그 소리가 귀에 박히는 게 싫어 부리나케 일어나 진동벨을 반납 후 한상 가득 차려진 반가운 쟁반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엄마는 맵지 않은 라멘, 나는 조금 매콤한 라멘
한 젓가락씩 뜨기 시작했고 국물도 같이 먹으며 즐겼다.
사이드로 나온 바삭한 돈가스까지 맛이 마음에 들었던 점심
딸아이의 하교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우린 늘어져 있을 수 없었고 먹자마자 일어나 6층 아동 매장으로 갔다.
대부분 인터넷으로만 옷을 사 왔던 나는 여러 매장 속 어디를 가야 하는지 어려웠지만 나와 달리 엄마는 능숙하게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옷을 보고 가격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간 곳은 조금 저렴한 곳이었는데 옷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히도?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둘러보고 오겠다며 나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으니-
그곳은 조금 가격이 있는? 매장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있던 상황. 엄마는 이런 거 저런 거 보며 나와 같이 골랐고
그곳에서 위아래 두벌씩 옷을 구매하고 나왔다
백화점을 오면 화가 난다는 엄마.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지만 살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 아닌 척, 동감하는 척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도 백 프로 천 프로 동감하는 바이다-
이런 곳을 다녀오면 마음 다잡기가 필요하다
너무 다른 동 떨어진 상황이라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니
말이다. 그래도 그 흔들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다행이다.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라-
아이들은 학원으로 데려다주고 다시 엄마와의 시간을 가졌다. 동네에서 우리 둘이 가장 많이 가고 가장 좋아하는 그곳인 카페에 갔고 그곳에서 늘 먹던 음료와 카야 샌드위치를
먹으며 시작된 대화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다행인 것들이 많은 날이다?
언제부턴가 엄마와의 만남이 부담스럽고 버겁고 막 이상하고 그랬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나름 편했으니 조금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듯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으니 천만다행?!
뭐, 그렇다고 유쾌한 대화만이 있던 건 아니지만 남편 다음으로 우리 가정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위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니 이런 대화인들 받아 들을 수 있었다.
짧게 느껴졌던 시간들을 보내고 카페에서 나왔고,
엄마와 나는 안녕하고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나섰다
앞만 보고 걷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던 걸까? 내가 뒤 돌았던 그 순간부터?
기분이 묘해졌다.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눈빛이 슬퍼서
슬픔이 차올라 바로 뒤돌아야 했고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