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Jul 17. 2024

우리의 여름 방학은

앞에 글에서도 살짝 드러낸 것처럼 이번주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된다. 이번 방학은 보통 여느 방학과는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는 학교가 ‘석면공사’를 시작하게 되어서 방학기간이 80일 정도라는 것부터가 다른 시작이다.


두 번째로는 엄마인 나와 함께 보내는 첫 방학이라는 것.

세 번째로는 아들에서 딸아이까지 초등 방학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방학이란 많은 부담감과 걱정이 밀려 다가올 것이다. 특히 맞벌이하는 부모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돌봄이든 학원이든 케어해 주시는 분이 있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만 그것들과는 또 다르게 학교에 등교하는 것과 등교하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느껴진다.


내가 직장 다닐 때 우리 집 방학은 이렇게 돌아갔다.

아침에 내가 출근할 때 딸아이와 같이 나와 유치원으로 보내고 남편과 아들만 남은 집에서 아들이 학원 가기 전까지

남편이 아들만 케어하는 식이었다.


점심 차려주고 학원 보내면 내가 퇴근하기 전까진 친정엄마가 와서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이렇게 모두가 서로 으쌰 으샤하는 상황임에도 엄마가 없는 집에서 아들은 아무래도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안에서 남편은 아이를 케어하면서 굉장히 버거워하며 힘들어했다.


그렇게 아들도 케어해야 하고 오후 출근하면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낮 시간에 쉬지 못하고 나가니 ‘죽겠네’ ‘죽겠네’를 외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기간도 80일에다가 아들과 더불어 이번에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까지 합세했으니 말이다.


한 명 더 같이 있는 게 뭐가 크게 다르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런 뻔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정말 ‘하늘과 땅차이’라는 말이 딱이다.


한 명만 있으면 어찌하든 정리가 되는데 두 명이 되는 순간

말로 많아지고 장난치느라 정신을 쏙 빼놓고…

말하자면 끝이 없는 이야기라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그래서 이번엔 집에서만 비비지 않고 좀 숨통 트이는 쪽으로 방학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곳이 도서관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책을 그리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 읽는 편도 아닌 그런 애매한 상태.

집에 책은 한가득 쌓아놓고 살아가지만 나 또한 특별히 신경을 써주지 못하니 매번 읽던 것만 읽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론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나눠준 독서록 앞에 1번부터 쭉 줄지어 쓰여있는

필독 독서목록을 보고 다양하게 꾸준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말이다. 지속적인 행동이 반복되면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먹고사는 것으로도 바빴던 엄마는 한 번도 나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피곤하고 바쁜 와중에도 빠트리지 않고 꼭 지켰던 규칙이 있었다.


엄마는 일요일만 되면 동네 국립 도서관에 무조건 데려가서 책을 고르게 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고 오기도 하고 빌려오기도 하며 그렇게 일요일은 무조건 책 읽는 날로 각인되게 해 주었고 책을 지속적으로 읽다 보니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독후감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본능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워낙 나는 일기든 뭐든 손으로 쓰는 걸 좋아해서 주도적으로 써 내려갔긴 했지만 그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지금 성인이 되어서도 유일한 취미로 자리 잡았을 수 있었다.


이렇듯 나는 지속적 힘을 믿고 경험해 왔기에 그 힘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일상에서 조금 더 지혜로울 수 있도록, 믿고 읽을 수 있는 그러한 마음에 대한 힘의 선물-


당연히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책 고르고 읽고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까진 어쩌면 나의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그 순간마저 즐길 것이라 다짐해 본다.


돈이 많은 엄마가 아니라 방학이라고 특별히 엄청난 럭셔리한 무언가를 해줄 수 없고 그런 쪽으로 경험시켜 주진 못하지만, 그 보다 더 값진 선물이 책을 통해 상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이 깊어지고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그런 뿌리 깊은 강한 독서습관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더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이번 80일간의 여름방학에 지켜나가야 할 뿌리 깊은 계획으로  정해놨다. 땅땅땅-


이전 09화 다녀왔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