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Jul 12. 2024

남편의 안정

인정

내가 일을 쉬면서부터 듣게 되었고, 그러면서 좋아하는 말이 생겨났다. 그 말은 바로 아들의 “엄마가 출근하지 않아서 좋아”라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딸아이보다 아들 녀석이 나에게 더 많이 표현을 한다. “엄마가 있어서, 엄마가 쉬어서 너무 좋다”라고-


물론 그럴 때 상황이 편의점을 먹을 거를 사거나 서점에 가서책을 사주는 등. 꼭 무언가 얻을 때 가장 많이 말하는 편이라

조금 찝찝한?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그 말은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만 같아서 언제 들어도 설레고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아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 날이면 빼놓지 않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러면서 나는 아들 핑계를 대며 나의 쉼을 인정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렇게 아들의 말을 전하면 남편의 돌아오는 답은

 “그렇지 엄마 있으니까 좋겠지 ”


그 대답을 듣고 나면 ‘아들은 좋겠지만 본인은 좋지 않다는 건가? ’ 하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이 가득가득 차올랐는데 얼마 전 그 씁쓸함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씁쓸함의 정체는 남편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에 올라오는 것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내가 남편의 인정의 목말라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남편이 나에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애 다루듯 대하지도 않고 무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남편 앞에 있을 때면 자연스레 긴장이 상태의 감정이 올라오며 더욱 어설픈 모습을 보이게 되었고 그런 모습을 본 남편 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던 것이다.


남편이 나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어설프게 하지 말고 야무지게 좀 해봐” “허당”


아무리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도 나보다 12살이나 많은 남편 눈엔 알게 모르게 내가 뭘 해도 어설프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걸까? 나는 정말 야무지지 못하고 허당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특히, 남편 앞에서 뭔가를 하려면 긴장감으로 인해 더욱 어설퍼지며 원래 하지도 않는 실수들을 해대는 모습에 점점 나 자신이 싫어지고 있었다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꾸며내며 잘해야 하고, 잘하는 척을 해야 하는 순간순간들이 행복이 아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 남편이 일하지 않고 집에서 가정을 돌보는 내가 있어 너무 안정되고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다양한 상황에서 말하는데, 쓴맛이 쑥 내려가고 달콤함이 코를 찌르는 듯했다.


비로소 나는 인정을 받았다고 나의 존재를 드디어 인정받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어올 때, 무언가를 야무지게 잘했을 때 뭔가 해냈을 때 받는 인정이 아닌, 나라는 존재 자체의 인정 말이다. 그런 감정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말라가던 마음이 물에 흠뻑 젖은듯한 풍부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긴장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롭진 않다. 그리고 감정이 온전한 선으로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내 자체에 대한 존재 확인을 받았으니 감정선을 회복하기까지 조금 더 단단하게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전 07화 시간의 진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