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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l 10. 2024

토요일이 행복한 이유

여유

퇴사 후 처음으로 온전히 가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토요일을 보냈다.


직장이 직장인지라 평일 하루 쉼으로 토요일은 무조건 출근을 해야 했고 토요일에 쉬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근무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네 시간인지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며 위안하고 지냈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나서 보니 출근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행복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적으로도 그렇고 외적으로도 말이다.


토요일, 출근할 때를 생각해 보면 그래도 평일 출근보단 편하다고 생각하며 나름 스스로를 위안했었다.

토요일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니 평일과 다르게 막 분주히 정신없이 다니지 않고 내 한 몸만 준비해서 나가면 되니까-


그러나 막상 출근의 제약 없는 상황에 놓이니 아침부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

 ‘이런 게 바로 여유로움이구나 ‘ 하는 행복의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첫 여유로움의 감정을 느낀 부분은 당연히? 아침 기상 시간이었다. 금요일의 저녁은 평소와는 다르게 긴장을 풀어가는 타이밍이라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데,

그렇게 한 모금 두 모금 맥주를 홀짝이다 보면 저녁 늦게

 퇴근하는 황남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럼 본격 합체해 서로 짠,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 잠드는 게 기본 루틴이라 금요일은 아무래도 늦은 시간에 잠들게 되다 보니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당연히 더 많이 피곤함을 느끼기 일쑤였다.


 이렇게 자고 싶은 만큼 푹 잘 수 있는 상황이 행복이고 여유였다. 그래봤자 늦게까지 잔다고 잔 시간이 아침 8시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그게 뭐라고 너무 개운하고 편한 건지 일어나면서 황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토요일 쉬니까 뭔가 엄청 여유롭다’



두 번째로는 집안일을 하면서였다. 출근할 땐 빨래를 돌려놓고 나간 뒤 직장에 도착해서 잊기 전에 남편에게 연락을 해둔다.  빨래 다 돌아가면 건조기 돌려 달라고-


돌리는 날도, 돌리지 않는 날도 있기에 그렇게 매번 연락을 따로 했어야 했는데, 혹시 아침부터 일이 바빠 미리 연락하지 못하고 뒤늦게 연락을 하면 이미 남편이 수업하러 나간 상황이라 세탁기 속 빨랫감들이 오랜 시간으로 돌돌 말아져 뭉쳐있어 냄새나는 빨래물을 다시 세탁해야 했다.


연락이 잘 되어 건조기를 돌리더라도 다른 빨래물을 넣기 위해 안에 있는 것들을 빼내야 하는데 그 내용물들은 대부분 거실에 흙 뿌리듯  뿌려져 있었다.


거기다 상이며 바닥이며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자잘하게 어지른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내가 바로바로 정리하고 치울 수 있다는 게 어찌나 좋던지-


항상 집에 와서 정리 안 된 모습을 보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구나 싶었다.


세 번째로는, 온전히 내가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어느 순간 토요일만 되면 놀이터에서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놀다 보면 바로바로 연결되지 않았고 뭐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기에 이래저래 마음 조리며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토요일에 쉬니 불안감을 느낄 필요도 없이 먼저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보기도 하고 나갈 때 정돈되게 챙겨주기도 하며 아들 친구들에게 간식이라도 사줄 수 있는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여유의 시간이 참 감사했다


주말, 오빠가 친구들 만나러 놀러 나가면 항상 심심해하며 수업하러 가야 하는 아빠를 따라나섰던 딸과 둘이 조용한 카페에 가서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초코 음료 위에 휘핑크림 잔뜩 올라간 것과 커피 한잔 같이 주문했다.


빠지면 아쉬울 사이드로 주문한  와플도 함께 맛있게 먹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확 돌며 그 여유로움의 순간이 참 소소하지만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에 이런 일상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다.


오후, 일정을 다 마친 남편과 합체했다.

비가 내려 습하디 습한 그 날씨마저도 기분 좋음으로 와닿던 그날, 외식하러 나가잔 말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코다리찜’ 이야기하는 황남편 말에 뜬금없게?라는 생각도 잠시 신나서 단골 음식점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 맛집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인가? 전혀 생각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코다리찜’이 이렇게 맛있다니 음식도 기분도 대만족으로 마무리했던 여유로움의 한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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