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Jul 09. 2024

화장대를 치우며

홀가분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화장대를 보고 있노라면 매일 드는 생각이 답이 없음-


수납공간은 한정적인데 물건은 넘쳐나니 아무리 정리를 하고자 해도 넘쳐날 것이라며 막을 의지조차 없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나름대로  정리정돈을 잘하고 깨끗함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다가도 우리 집의 안방, 안방의 화장대만 보면 아닌가? 싶어 짓눌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치우고 싶어도 너무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 어지러움 속에서 나름 각자 물건들끼리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 안에서 필요한 건 다 찾을 수 있다는 이상한 안심에 이렇게 오랜 시간 버티며 모른척하고 못 본척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머리가 지시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 버린 탓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장대 위에 있는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내려 지고  있었다.


잠시 굳은 채 바닥에 놓인 버릴 물건들을 내려다보니 여러 잡동사니가 너무 많이 섞여있었고 하나씩 고르고 담아 버리다간 이걸 언제 치우나 싶어 마대자루에 싹 쓸어 담기로 결정했다.


담아진 물건들을 보며 ‘그동안 이렇게 필요도 없는 많은 짐들을 짊어지고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들이 보니  ‘이런 거 없어도 잘 살았구나’ 싶은 생각 하며 보이지도 않는 많은 것을 욕심내지 말고 지금 현재에 만족하자고 다짐했다.


비로소 뭐가 잔뜩 쌓여 엉망진창이던 화장대 위가 텅 비어졌고 꼭 올라가 았어야 하는 몇 개의 물건들이 한눈에 들어오니 그게 그렇게 개운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진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고 뭐가 뭔지도 뭐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숨 막히는 공간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말이다.


멈추지 않고 이어서 화장대에 붙어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화장대 위에 치울 때와 같은 방식으로 먼저, 물건들을 싹 꺼내놓고 종류별로 나눠 정리를 하고  버릴 거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서랍 안에는 한가득 빽빽이 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나누면서 종류끼리 모아 정리함으로써

뭐가 있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머리에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각인시켰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눈에 거슬렸던 방 한쪽 옆에 공간에 가득 쌓여있는 짐들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까지 치우기 시작했는데 그 많은 옷가지를 치우기 위해선

역시 제일 먼저 서랍장 안에 들어있는 옷 비우기가 필요했다.


서랍을  확- 열어보니 세상에나, 옷장 안에도 ‘이런 옷이 있었나?’ 싶은 옷들이 한가득 빽빽 들어차있던 것이다.


미련두지 않기 위해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팍팍 꺼내어 의류함으로 갈 옷들을 아닌 옷들을 나누고 흐트러져 있는 옷을 다시 개어 정리하고 긴팔, 반팔 분별해 나눠 넣으니 드디어 공간이 생겨났고  원래 자리가 바닥인 듯 바닥에만 있던 옷들이 서랍 안으로 들어가니 새삼 방에 면적이 나름 넓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화장대도 바닥도 훤하게 드러났다.

그러고 나니 비워진 만큼 내 마음 또한 가벼워지며 홀가분해지기까지 했다. 그동안 내 기분을  뭔가 찝찝하게 만들었던 원인들이  이 물건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날의 정리는 대만족이었다.


정리되어 제 자리 잡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도 버려지는 물건들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마음이 갑갑한 것은 필요 없는 모든 감정들까지도  다이고 지고 담아내고 있어서 그랬던 거였구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던 것은 모든 감정을 비우고 오롯이 내 마음만을 들여다보고 내 감정에만 집중하면서부터였구나.. 가볍다.






이전 04화 엄마로 인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