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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l 04. 2024

요리를 했어요(삼계탕)

희열


항상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전날 저녁, 남편이 집 밥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점심 한 끼만 먹는 남편인데, 내가 일하는 순간에는 차려줄 수 없으니 거의 매일 대충대충 한 끼를 때웠던 것이다.


평소 일하고 오면  힘들다는 핑계로 애들 저녁만 간신히 차려주고 남편에겐  내가 봐도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내 입으로 꺼내지 않고 묻어두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말이 남편 입에서 나온 것이다.


미안하면서 민망했고 후자의 마음을 가지고 남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먹고 싶냐고,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은 미리 생각했던 양 곧바로 ‘삼계탕’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귀찮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 이렇게 쉴 때 아니면 언제 해주겠나’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쿠팡 어플을 눌러 필요한 재료들을 담아 주문을 시키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배송 온 재료들을 뜯어 냉장고에 정리하며  ’하‘  작은 한숨이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자 노력하며 시간 맞춰 아이들을 등교시켰고 왜인지 조금은 초조한 마음에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미리 눈여겨봤던 레시피를 다시 한번 정독 후 요리가 시작되었다.


닭 통째로 한 마리 해도 우리 가족들은 퍽퍽 살을 안 좋아하고 먹는 부위만 먹기에 이번에는 닭다리로만 구입했고 큰 냄비에 닭다리를 씻어 끓는 물에 푹 삶아준 뒤 그 물을 한번 버리고 다시 냄비에 닭다리와 삼계탕 재료 티백?을 넣고 깐 마늘도 잔뜩 넣어 모든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는다. 비법이라면 비법은 코인 육수를 넣어 푹 끓이는 것-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제법 삼계탕에 냄새가 솔솔 올라왔고 그 냄새가 좋았는지 남편은 곧바로 입맛을 다셨다.


신기하게도 지금이 딱 삼계탕 타이밍이 맞는 건 전날 저녁, 오이김치와 무생채 거기에 겉절이까지 갓 만들어 배달까지 손수 해준 엄마 덕분에 삼계탕과 김치라는 최고의 조합으로 먹을 수 있었다.


엄마에게 받은 김치들과 큰 대접에 닭다리를 넣고 진하게 끓인 국물과 녹을 듯 끓은 마늘까지 넣어서 상위에 한상 가득 차려주니 벌써 기대하는 얼굴을 하고 있던 남편.


국물을 한 술 떠서 먹더니 ‘좋다, 좋다’가 절로 나오던 남편의 모습을 보니 이렇게 좋아하는데 너무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함까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남편 옆에 앉아 남편의 먹는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매번 시댁 가면 어머님이 남편 밥 먹는 모습을 보고 계셨는데 마치 그 모습처럼 말이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잘 먹고 있는 사람옆에 앉아서 왜 한참 보고 계실까, 먹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만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속으로만 하길-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똑같이 상황이 되어 느껴봐야 진정 이해하는 법이듯 나 또한 그랬다


내가 해준 음식을 정말 복스럽게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은 아주 큰 사랑스러움으로 나타나며 그 ‘맛있다’ ‘좋다’ 하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싶었다.


거기다 먹는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 그러면서 더 필요한 건 없을까 부족하진 않을까 필요로 하는 것을 찾고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더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남편도 남편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은 세상 가장 예뻐 보였고 세상제일 사랑스러워 보였고 내 마음에 큰 기쁨이 느껴졌다. 아마 어머님도 이런 마음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계셨겠지


이렇게 맛있게 잘 먹어주고 세상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니 더 이상 안 하고 배길 수가 없게 되었다


내일은 제육볶음이 먹고 싶다는 남편, 벌써 머릿속으로 식재료들을 떠올리고 음식의 조합을 찾고 있는 나, 정말 신났나 보다 겨우 삼계탕 한번 했다고 요리사들의 마음을 알 거 같고 음식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알 거 같은 나 스스로가 좀 웃기지만? 본인이 만든 음식들을 맛있게 잘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 희열이 얼마나 대단할까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나만큼, 그 이상으로 행복할 것이란 건 알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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