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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l 18. 2024

눈물의 멜론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교회에서 간식으로 나온 ‘멜론’을 먹고 나서부터 아이들이

 ‘멜론’ ‘멜론’ 노래를 불렀다.


그리하여 주말, 장을 보기 위해 코스트코에 갔고 나는 잊지 않고 ‘멜론’ 두통을 카트에 담아놨고 맛보지도 않았는데 카트에 담긴 ‘멜론’만 보고도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참 진심이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 봐온 물건들, 음식들 짐 정리를 하는데 벌써 딸아이는 ‘멜론’을 손끝으로 누르며 먹고 싶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그 애교에 넘어가지 않게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은 뒤

저녁 먼저 먹자고 했고, 우린 저녁밥까지 맛있게 잘 먹고 나서야  ‘멜론’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당이 많기에 적당한 양을 먹고 난 아이들은 저 먹고 싶다며 아쉬워했지만 그럼에도 잘 참으며 지나가던 그때, 아들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같이 교회를 다니는 삼촌이었다.


무언가 줄 것이 있다며 아들을 불러낸 삼촌.

아들은 잠옷 바람으로 바로 나갔고 뒤이어 딸아이도 따라가 봤지만 오빠가 없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렇게 우린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뒤 삐삐삐 삑-

도어록 번호가 눌리며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딸아이가 마중 나가 현관문을 연 그 순간 아들 가슴엔 한 덩어리의 ‘멜론’이 아들 발 앞쪽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멜론’이 자리해 있었다.


아들은 성질을  부리며 문을 열라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외쳤고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얼굴을

보던 아들은 참고 있었다는 듯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아들이 귀여우면서도 대견했고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쉽게 진정하지 못하고 한참을 울던 아들이 점차 진정하는가 싶더니만 두 동강 직전의 멜론의 상태를 보곤  ’ 떨어져서 어떡하냐고 ‘다시 우는 것이다.


우리는 괜찮다고,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계속해서 울었고 그러면서 “멜론 떨으면 국물 때문에 진득한데 사람들한테 민폐잖아”라고 말하던 아들.


그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단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아들의 진한 멈출지 모르던 눈물은 우리 부부가 나가서 땅에 떨어진  ‘멜론’ 들고 끈적 해진바닥을 닦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계속해서 핸드폰만 들고나가지 않았으면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아들. 무거운데 너무 심부름도 잘한다고 격려해주고 있던 순간 남편이 떨어진 ‘멜론’을 도마 앞으로 가지고 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들도 남편의 옆으로 갔고, 떨어진 탓에 한쪽으로 아예 벌어져 두 동강 직전의 상태를 또다시 본 아들은 못 먹는 거 아니냐며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그걸 알아차린 남편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며 먹기 좋게 딱딱 능력 껏 손질을 해줬다.


그 한통을 다 먹기엔 사실 많이 양이고 방금 전에도 먹었기에 더 추가로 먹는 것은 안 될 일이었지만, 그렇지만 그 순간 아들에게 최고의 위로는 그 ‘멜론’을 우리가 다 같이 맛있게 먹는 것이라는 생각에 큰 대접에 한 대접 가득 쌓아 먹으며 아주 달콤한 저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들의 마음이 담긴 눈물 한 스푼이 들어가 깊게 박혀 만들어 낸 다디단 ‘멜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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