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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l 19. 2024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어제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왜 그 힘든 일 안 하고 쉬는데 더 예민해졌어요?


그 질문을 듣고 처음엔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구나 싶어 대견스러운 마음이 들다 내가 그런가? 생각 들던 차에 멈췄다

그리고 아들에게 다시 물어봤다.

- 어느 부분에서 더 예민해진 거 같은데?

-아니 보통 때 같으면 ‘그렇게 하지 마’ 그러는데 왜 오늘은

 그렇게 하면 회초리 때린다고 말해요?


‘허’하고  입술 사이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시간에 공간을 두고 이야기했다

- 지금까지 몇십 번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고쳐지지

  않다는 건 말을 아예 듣지 않는다는 거잖아?


사실 첫 발단은 딸아이였다.

애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딸아이는 단 것을 좋아한다.

매우 많이, 그렇지만 그걸 매일 먹게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 정해진 양이 지나기 전에 그만 먹을 것을 이야기했는데,

본인 딴에는 참아도 참아지지 않고 먹고는 싶은데 엄마 눈치도 보이고 못 먹게 하니 몰래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8살의 실력으론 완전한 뒤처리를 못했고

그 결과물들은 항상 본인 방 침대 옆쪽으로 좁은 틈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젤리, 사탕 껍질은 기본,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필통에서 예쁘다며 눈독 들였던 펜들도 언제 가져갔는지도 모르지만 나란히 모여있었다.


나도 처음엔 부드러운 말솜씨로 이야기했다. 분명

열댓 번 정도는 상냥하게 분명히 설명하며 알려주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분명 알겠다고 했고 고쳐지는가 싶더니 이젠 아들까지 합세해 이번엔 안방 침대 옆쪽으로 다 쑤셔 넣어놓은 것이다.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치우는데 집어내도 계속해서

나오는 쓰레기들과 이번엔 먹다 만 우유갑까지 딸려 나오는데, 상한 냄새가 팍 피어오르는 순간 나의 분노도 터져버렸다.


심지어 방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는 편인데 언제 이렇게 몰래 들어다 먹고 몰래 다 쑤셔 박아 놨는지..

인내하며 다 치우곤 외쳤다.

- 이제 쓰레기 이렇게 버리면 회초리야!!!!!!


저녁즈음 본성을 찾은 나는 다시 치우는 것에 대해 알려주며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번에는 나름 받아들이는 거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 어느 정도 안심하게 되었다.


오늘, 학원 가기 전 옷을 갈아입던 아들이 또 나에게 물었다

- 엄마 진짜 예민하다니까요?

- 아들아? 벗은 옷을 발로 끌고 다니는데 엄마가 좋게 말할 수 있겠니?

- 아니에요 진짜 예민해요

- 아들아? 3분 하라고 배운 양치질을 30초도 안 하고 끝내는데 엄마가 소리 안 지르겠니?

- 아....

- 그렇게만 하지 않으면 엄마는 예민해지지 안. 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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