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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l 23. 2024

코가 마음대로 움직여요

모든 게 나의 탓이다. 그 죄책감으로 인해 그나마 나의 행동이 덜 화가 나게 버텨줄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잘못되면 부모는 무조건 자기 탓을 먼저 하게 된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딸아이의 얼굴을 보면 코가 벌렁거리면서 콧잔등을 찡긋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장난? 스럽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행동인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은 어리석게도 얼마 안 됐다는 것이다. 매일 마주 보고 아이를 대하는 엄마가 그것을 빠르게 알아차려주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을 힘들게 했다.

코에서 시작해 가끔씩이지만 이젠 눈까지 깜빡이는 행동을 보고 나니 멍청하게도 지금에서야 틱인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틱 증상을 보인 것은 딸아이가 처음은 아니다.


어느 날 아들과 같이 샤워하던 남편이 갑자기 발견한 아들의 탈장 의심. 그렇게 바로 소아과에 갔더니 탈장이 맞다는 소견을 듣고 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으로 갔다.


예약하고 갔음에도 대학병원 특성상 좀 많이 기다려야 했고 대기실 앞에 앉아있는데 정말 그 순간 갑작스럽게 시작된 아들의 눈깜박임.


처음엔 눈이 따가워서 그렇다는 아들.

바로 안과를 데리고 가서 진료를 봤고, 염증 소견이 있다는 말에 안약을 처방받아와 넣어줬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뭣도 모르고 증상은 더 심해져 1초에 한 번씩 깜박이는 아이를 보며 계속 지적해 댔다. 깜빡이지 말라고-

그때 알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우리 부부가 지적질을, 눈 깜빡임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으니 점차 아들의 행동은 줄어갔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그러니 딸아이도 그럴 거라고 그럴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왜 이렇게 미안한 건지-


그 이유는 아마, 딸아이가 자신이 힘들었던 상황을 이야기할 때 더욱 심해지는 증상으로 인해 그런 듯하다.


그리고 생각났다. 몇 번 딸아이가 했던 이야기들이-

이번에 입학한 딸아이가 학교 친구 누구누구 때문에 짜증 난다고 이상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귀엽다고 생각했고 그렇냐고 가볍게 대꾸하며 넘겼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일하고 있는 남편이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날 남편의

머릿속엔 복잡한 것들이 가득 들어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의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표출하지 못하니 미칠 것만 같아 남편에게 연달아 딸에 대한 카톡을 보냈다.


인터넷에 ‘얼굴틱’을 계속해서 검색하며 찾아보니 한약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는 거 같길래 남편이 잘 아는 한의사 선생님께 좀 물어보라고 이야기를 보낸 것이다.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낌 남편 또한 진지해졌고 바로 물어보겠노라 답장이 왔다.

빠르게 물어본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 우리 잘못이 아니래

- 자책하지 말래

- 그리고 지적하지 말래

- 여기서 더 심해지지만 않으면 자연스레 나아질 거래


‘우리 잘못이 아니래’라는 문자에서 눈물이 핑 돌았고 이어지는 말들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딱 그 순간부터 우리 부부는 절대 딸아이에게 그렇게 표정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본인도 모르게 코를 찡긋 짓던 딸아이는 순간 하면 안 된다는 게 떠오른 건지 나의 눈을 의식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참’ 하며 양쪽 콧볼을 꾹 눌러 잡으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내 눈을 바람 보며 물었다.

- 왜 코 하지 말라고 이야기 안 해요?

- 아, 이제 이야기 안 할 거야. 스스로 안 하려고 노력해 보자


지금 많이 나아졌다고는 말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지만 확실히 평소보다는 지적을 안 하니 덜 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러나 조그 심할 땐 한 번 코 찡긋이 시작하면 눈까지 깜빡이는 현상이 더 나오기도 하기에 여전히 마음이 심란하지만

딸아이 스스로가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어 본다.


나의 요즘 기도제목.

- 하나님 아버지 딸아이의 눈코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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