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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2시간전

언제나 엄마는

오랜만에 만남은 늘 설렌다. 그 상대가 엄마라 더욱


원래 내가 일할 땐 우리 아이들을 매일 돌봐주던 엄마는

나의 백수 전환의 포인트로 잠시동안 쉬게? 되었다.

본인도 힘들게 일하고 퇴근한 뒤 바로 까부는 아이들을 돌봐주어야 했으니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 없이 지켜주셨다.


늘 말로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수고스러움도 즐거움으로 감당한다고 하셨지만 속에 담긴 진정한 이유를 알고 있다.

손주들이 아니 본인의 딸을 위해서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엄마에게 지금 이 시간은 모처럼의 꿀맛 같은 휴식일 것이다.


본의 아니게 엄마도 나와 같은 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러곤 곧바로 다시 새로운 곳으로 일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오늘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처음 쉬는 날이었다.


엄마는 나와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었으면 했지만 아이들의 방학과 남편 점심으로 인해 오후 시간에 카페 가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했다.


엄마를 만나기 전에 아이들을 먼저 학원을 보냈다.

안전하게 학원에 들어간 아이들을 보고 나오면서 엄마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고 내가 먼저 카페에 도착했다.


자리를 잡은 뒤 엄마가 지난번 먹고 좋아했던 메뉴들을 찾아 누르는데 갑자기 기분 좋음이 확 올라왔다.

매일 보던 엄마를 2주가 넘도록 만나지 못했더니 나도 모르게 속에선 엄마를  찾고 있었나 보다.


주문하고 앉아있으니 상큼한 웃음꽃이 가득 핀 얼굴의 엄마가 들어왔다. 뭐가 급한지 자리에 앉으면서 ‘쉬니까 좋냐’는

엄마의 말, 아마 다른 사람이 했으면 유쾌하게만을 들리지

 않았을 거 같은데 엄마가 이야기를 하니 또 다른 진심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고 커피를 훌쩍이며 여느 때처럼 엄마와 나, 서로의 이야기는 잠시뿐 아이들의 이야기로 바로

이어졌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남편 말고는 우리 아이들의 상황, 모습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엄마뿐이란 걸 잘 알기에 말이다.

그래서 엄마한테도 아이들의 모든 것을 대부분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은 막상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린 한참 동안이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으며

때론 침묵 속에서 그 이야기를 돼 새기기도 했다.


하루 쉬는 날에도 엄마는 반찬을 해주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어야 했지만 사실 엄마의 반찬이 그리웠기에

냉큼 제안을 받아들였고, 카페에서 나와 동네 마트로 향했다


같이 장 바구니를 들고 같이 이야기하며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담던 그 순간이 참 묘했다. 마치,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장 보던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반찬거리 잔뜩 골라 배달시키고 둘이 함께 같은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으로-


빠르게  온 배달 덕분에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반찬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항상 내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보면 짜잔 하고 만들어져 있던 반찬들이 떠올랐다 막상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제로 보니 참 감사하고 죄송했다.


그래도 이번레는 음식 하는 엄마 옆에서 주변 정리와 설거지들을 했다. 그렇게 역할 분담을 하니 나름? 여러 종류의 반찬들이 빠르게 완성되어 갔다.


할 일을 끝내고 학원 간 아이들이 오기까지 엄마와 함께 티브이를 보게 되었다. 리모컨을 쥔 엄마가 버튼을 누르다 멈춘 채널은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혼자였다면 딱히 보지 않았을 채널이었지만 엄마와 함께 보니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장보기에 이어 엄마와 함께 하는 티브이 시청도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보는 척 엄마의 얼굴을 슬쩍슬쩍 쳐다보았다. 그냥 그 순간은 그러고 싶었다.


그때 엄마는 정말 그 순간순간 화면에 몰입하고 있었고,

화면에 나오는 동물과 상황 모든 것에 감정 이입하여 즐거워하고 놀라 하고 싫어했다.


엄마가 티브이 시청할 때 모습은 저런 모습이구나 싶어 묘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할 이상한 감정에 휩싸일 뻔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마와 함께한 오늘.

시간에 비해 굵고 깊은 많은 것들을 느끼고 얻은 순간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겐 그런 존재이다.

모든 기꺼이 넘치게 주는 사람.


음식을 하던 엄마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네가 서른이 넘었어?”


엄마는 서른이 넘은 자식이 아직도 아이처럼 보이나 보다.

고개 숙여 핸드폰 화면을 누르는 나를 보고 ‘고개 들고 허리 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지금 10살 아들에게 하는 행동과 말들이 다를 바가 없는 것을 보면 엄마에게 나는 여전히, 아직도, 영원히 언제나 품어주고 넘치게 줘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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