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어이없던 퇴사가 지금은 참
타이밍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러니한 상황.
지난주부터 시작된 아이들이 방학.
이번엔 정말 말도 안 되게 공사로 인해 여름방학이 무려
80일이나 된다. 80일!!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같은 학교이면서 같은 학년 엄마가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진료 보러 온 것이다. 데스크에 앉아있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큰일 있다는 뉘앙스로 방학 공지 내려온 거 아시냐고 묻는 것이다.
뭔가 싸한 느낌에 왜 그러냐 물으니 이어서 말을 했다.
“공사 때문에 여름 방학이 80일이래요”
사실 그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고 많이 걱정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방학이 시작되면 늘 그래 왔던 대로 오전에는 남편이 오후에는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엄마가 와서 케어해 줄 것이니 나에겐 애들이 방학이든 아니든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퇴근하니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퇴사 이야기를 듣고 혼자 지나가는
생각으로 ‘차라리 시기가 애들 방학이랑 맞으면 좋겠다’ 고 막연히 했었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시기가 딱 맞게 된 것이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방학이 오로지 내 몫이 되었지만 참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는 요즘.
7월 첫날부터 쉬게 되면서 미리 해야 하는 것들을 쭉 정리하고 해결하니 시작된 방학.
이젠 나만의 시간은 없지만 온전히 내가 아이들을 케어하는 이 순간들이 참 좋다. 정말로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나름 반찬 구성 갖춰 제대로 아침밥을 차려주고 애들이 먹을 동안 대충 집 정리 후 밥을 다 먹을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러 나간다.
운동은 굵고 짧게 마치고 가깝게 있는 도서관으로 가서 책도 읽고 빌렸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시원한 게 당기는 것이 당연하기에
사주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입에 하나씩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달콤하다.
물론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
나갔다 돌아와도 밥, 저녁 학원 갔다 오면 밥.
정말 밥과 간식만 차리다 하루가 끝나곤 한다.
그러니 밥 차리다 하루가 끝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사람이기에 요즘처럼 덥고 습하고 요란한 장마시기엔 특히 더 꼼짝하기 싫지만 내가 부지런할수록 가족들이 편안하고 아이들이 경험하고 터득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고 생각하니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이 많은 이유를 차지하기도 하지만
내가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니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도 있다.
내가 있어야 된다고 나타나는 일상 속에서 나의 존재 의미를 찾고 느끼며 스스로에게 많은 동기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고 정말 내가 있어야 평범한 나날들이지만 특별한 상황 없이 무난히 순탄히 돌아가는 매일이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다행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제 남편이 먼저 나에게 말한다.
“당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타이밍이 너무 좋아”
나도 알고 있다.
이곳에 내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것을.
아니, 내 존재 자체가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