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토요일

by 은조

토요일은 내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그날만큼은 온전히 가족들과 제대로 쭉 자유롭게 즐기며

함께하는 순간으로 보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웬만하면 토요일엔 별다른 이벤트 없길 바라며 애쓰는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토요일은 오랜만에 좀 달랐다.

남편의 휴가였던 금요일 저녁, 갑자기?

아이들이 친정집에 가서 하루 밤을 자고 오게 되어

우리 부부의 자유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쉽게 오는 날이 아니라는 생각에 엄청 자유롭게 놀 것이라는 계획을 품고 있었지만 그 마음과는 달리 우리는 나름 이른

시간 집으로 돌아와 평소와 같이 놀다가 잠이 들었다.


푹?!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오전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 속 내용은 아이들 점심 먹이고

연락한다는 것이었고 그 말에 따라 시간을 기다리며 집안일을 끝낸 뒤 나갈 준비를 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집과 집 중간쯤에서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다.


밥을 안 먹은 우리와 달리 아이들은 배불리 먹었기에 아들

녀석은 밥 먹으러 나가자는 우리말에 집에 가서 있겠다는 것 알겠다고 한 뒤 아들은 집으로 보내고 우리는 동네에 있는 한식? 음식점으로 갔다.


지난번 다른 지인과의 약속으로 방문했던 곳인데 생각보다 보리밥과 묵, 이런 한식 음식들이 너무 맛있던 것이다

그래서 편하게 다시 먹고자 방문하게 되었다.


가기 전부터 맥주 한잔 곁들여야지 생각했는데 든든하게 밥이며 반찬들이 들어가니 배가 불러가는 것이 빠르게 느껴졌고 남편은 밥만 맛있게 먹는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즐기고 싶어 맥주 한 병을 시켜 혼자 홀짝홀짝 먹어댔다.


생각보다 빠르게 먹고 나왔고 배는 부르고 뜨거운 더위 속에서 갈팡질팡 하던 그때, 남편이 집으로 가자고 했다.

조금 쉬며 한숨 자고 나오자는 의견을 냈다.


솔직히 나 또한 노곤하고 나른하고 몸이 힘든 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소중한 토요일의 시간을 집에 있으면서 헛으로 날리기가 싫었다.


싫은 내색을 나름 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는지 우린 그대로

택시 타고 집으로 갔고 기분 나쁨의 표현으로 나는 집에 가자마자 다시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씻었고 그렇게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누워있으면서도 ‘짜증 남’의 감정이 솟아올랐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편안해지며 좋았다.


그렇게 금세 잠이 들었고 다시 깨어나보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있었다. 시계를 보고 더 이상 누워잇는 건 너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니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벌써 일어나냐고 하는 것이다.


난 시간이 아까워서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거실로

쌩- 나왔다.


그렇게 앉아있다 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조금 쉬고

다시 시작된 일상이 너무 개운하고 오히려 더 에너지 있게

시간을 쓸 수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느새 내 옆에 앉아 있던 남편에게 이렇다 이야기를 하니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이야기해 주며 공감해 주었다.

그 속에서 나의 마음도 수긍되며 조금은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이 아까워 뭔가를 계속해서 정해놓고 쉼 없이 이어나가야 했고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벗어나려고 하면

불편한 감정이 확 올라왔고 그렇게 발생한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기 버거워하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던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상황을 겪어보고 조금은 틀이 다른 감정들을 느끼면서 여러 방향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감정들이 자연스레 편해지기도 한 것이다.


그 순간의 느끼고 가지고 있던 감정들과 생각을 잊지 말고

기억해 두기로 했다.

인식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막막함 속으로 가득 막아두며

버겁게 살아가던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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