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전날

by 은조

광복절부터 이어서 주말까지 쭉- 남편의 휴가였다.

날짜로 따지면 하루지만 주말까지 이어서 쉬니 4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고 일을 안 하고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유독 이번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다.


디데이 전날 아침.

이날만 보내면 제대로 푹 쉬고 놀고먹으며 함께 한다는 생각에 피곤함이 느껴져도 기분만큼은 좋게 일어났고 습관처럼 핸드폰을 잡아 화면을 눌러 확인해 보는데 깜짝 놀랐다.


하루아침에 네이버 블로그에 한 명의 이웃 요청과 하트 알림이 56개가 생긴 것이다.

누구지? 하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시누이였기에-

이틀 전 시누이가 블로그를 개설했다며 하트 눌러달라는

단톡 올린 것이 생각났다.


무시할 수 없으니 조금 찝찝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아이디로 시누 블로그에 들어가 하트 몇 개 눌러줬고 가까이에서 지켜보진 않았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이웃 신청은 하지 않았던 건데 시누이가 간밤새 해놓은 것이다.


내가 그동안 써놨던 글들을 많이 봤다는 생각에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애써 복잡한 마음을 누르고 생각했다.

- 이제 블로그도 다 썼구나


정말 블로그에 나는 애착을 가지고 쓰고 있는 편인데 그 내용 속에는 작은 사사로움 조차 너무나도 자세히 적혀있기에

시누가 봤다는 생각에 더욱 아찔했던 거 같다.


물론, 누구의 험담이든 보면 안 되는 이야기가 적혀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마음이 안 불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머릿속 어지럽고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는데 제일 좋은 건

몸을 힘들게 하는 운동.

아침부터 30도가 넘는 습도 높은 날씨였지만 나는 어김없이 아침 운동인 아파트 계단 타기에 나섰다


역시 오르고 오르다 보니 다른 건 생각하지도 못하게 머릿속에 온통 ‘힘들다’ 뿐. 땀 줄줄 흘리며 지칠 대로 지쳤지만 하고 나면 해냈다는 그 성취감이 나의 자극제로 작용해 매일 움직이게 하는 듯하다


운동하고 나면 전신이 땀으로 범벅되는데 그 몸을 약간 차가운데? 하는 정도의 물로 씻어 내리는 그 순간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 그때만큼은 기분이 상쾌해지며 필수 과제를 끝낸 거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날 원래 점심은 말복이니 삼계탕을 해주려고 했지만

내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전날 밤 쿠팡에 들어가 닭다리를 주문하려고 봤더니만,

품절! 당연히? 품절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짜장 떡볶이 밀키트를 발견한 딸아이가 점심으로

요구했고 거기다 라면사리 더해 차려주었다.

밥보다 더 맛있게 빠르고 맛있게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며 웃프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편의 점심까지-

모두가 다 먹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왜냐, 마음속엔 이게 나의 마지막 밥 차리 임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이들 학원 시간까지 마무리 집 정리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학원에 데려다주고 커피 한잔 사 먹으러 가는데 정말 어찌나 더운지 걷는 게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커피를 사러 가는 나를 보며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다 생각하며 테이크 아웃해서 집으로 갔다.


내가 집에 도착하고 남편은 준비해서 나가니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허락된 길지 않은 순간.

남편의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일이면 쭉 함께 있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업 시켜주었다.


그 홀로 있는 시간에도 나의 임무는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이었지만 괜찮다. 내가 알고 만족하고 있으니-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다시 학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


땀을 흘리며 갔고 땀을 줄줄 흘리며 집으로 왔다.

원래 피아노 학원을 가야 하는 딸아이지만 너무 더워서

그냥 집으로 데리고 왔고 곧이어 아들도 도착.

그렇게 모두가 집에 모여 함께 있던 순간-


흐릿해진 하늘 속 우루루루루루루루로 쾅쾅쾅

요란한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피아노 보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데려온 것이 다행이라는

마음과 운이 좋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저녁까지 마무리하고 홀로 앉아 글을 썼다.


솔직히 이때 마음속은 아이들을 재우고 늦게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면서 맥주 한잔 먼저 마시고 싶은데 먼저 마시고 있으면 항상 먼저 취하게 되는 상황이 싫어 참았다.


좋기만 했던 휴가의 첫 시작을 아들의 생일파티가 되어 조금은 복잡해졌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많이 온다는 것.

이렇게 되어버리니 뭔가 제대로 해줘야 할 거 같은 부담감이 올라오는 것이다. 아무 탈 없이 모두가 즐거운 순간으로 기억되는 날로 마무리되기만을 바랬다.


그러긴 위해선 아들이 해피 해피 해야 할 텐데…

그럼 내가 성질내지 않고 친절하게 잘 대해주면 된다는 건데

그 순간만큼은 기필코 천사 엄마로, 파이팅! 나 자신


이렇게 쓰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높게 자리 잡고 있는데 사실

이젠 알고 있다. 디데이가 오기 전 그날이 제일 설레고 행복하다는 걸 말이다.


이렇게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데이의 날이 오면 이 설렘이 따라오지 않는 이 아이러니한 마음, 언제쯤 알게 되는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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