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던 자격지심

by 은조

앞에 글에 이어 조금 더 자세히 써보고자 한다.


21살 임신을 하고 22살 출산을 하면서 그렇게 나는 어린

엄마가 되었다. 주변에 나처럼 빨리 결혼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아쉽게도 남편의 직업 특성상 여수로 이사가게 되었고 우린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가끔 친정 놀러 오면 만나곤 했는데 그 가끔이 그땐 그렇게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그땐 학생이고 사회생활 초반인 친구들이었기에 결혼하고 출산한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당연하듯 나와 함께해 주었기 때문이다.

바깥 외출이 어려운 나를 위해 기꺼이 우리 집에 와줬고 아이를 같이 돌봐주는 아주 행복한 일상들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둘째를 낳고 나의 삶의 변화들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도 변화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당연한 순리인 듯 그 변화를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 흐르듯 변했던 일상이기에-

친구들도 그땐 사회생활 속에서 많은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을 느끼며 발전해 가는 시기라 모두가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진 못했다.


그래도 하나로 만들어진 단톡방 속에서 기념일이면 축하해 주고 한 마디씩은 나누며 우정은? 이어져가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근 2~3년 전?

서른이 넘은 나이가 되면서 친구 본인들도 자신들의 삶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부터 어느 순간 잦은 만남이 이어졌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끼리의 만남이었는데 그중 두 명은 나와 제일 친했던 친구였다. 그런데 이제 내가 빠진 곳에 그들만이 있다는 게 그렇게 서운하고 질투가 나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서운했을 것이다.

왜 나만 빼고 만나냐는 투정에.

네가 못 나오잖아 맨날.이라는 답변이 그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나갈 수 없는 상황이고 만날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니 마주하고 싶지 않게 된 것이-


유독 질투가 많은 나는 그들만의 만남을 보면 그 질투심에 휩싸여 기분을 망처 버리게 되니 스스로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로 회피하게 되어 버렸다.


단톡방에 올라오는 글들도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사진들도

그러면서도 티가 나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까 봐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댔지만 아마 척하기는 실패한 모양이다.


다가오는 9월, 한 명 친구의 결혼으로 청첩장 모임이 생겼다.

평일이라 아이들을 늦게까지 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나는 또 엄청나게 쿨한 척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 때문에 미뤄지고 하는 것이 더욱 싫으니 말이다.


다가올 그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해졌다.

나는 그런 게 있다. 불편한 만남을 앞두고 있으면 그 일정이 끝나기까지 전까진 마음이 계속해서 편치 않다는 것.

상당히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단점 중에 큰 단점이다.


거기다 10월에 있을 결혼식 가는 것이 벌써 걱정되는 것이다 일요일이라 남편이 아이들은 돌봐줄 수 있기에 그 부분에선 괜찮지만 내 일상 중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약간의 불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디든 함께하는 가족들을 두고 나 혼자만의 일정이라 그런 건가?


혼자 멍하게 앉아있을 때면 그 감정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한 깊은 곳엔 자격지심이 나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아무도 그리고 당연히 일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임을 비로소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과 내가 다르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틀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더 함께하고 시간을 보내는데 나는 먼저 오고 자주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니고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전혀 위축될 것도 회피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내 인생에선 가족들이 최우선이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누리고 싶다는 것을-


비로소 진정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깨닫고 받아들인 순간.

모든 불행하다고 느껴졌던 감정이 녹아내렸다.

이젠 정말 눈치 좀, 남의 시선들을 그만 신경 쓰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이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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