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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시작!

by 은조

와, 정말 나의 그리고 우리 집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두 달 반이라는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끝이 났다.

처음 시작할 땐 끝이 없을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첫 시작이라는 열정이 있었기에 잘 넘길 거라는 작지만 나름의 희망을

품은 채 시작한 방학-


그때의 계획은 평일은 근처 박물관이든 도서관이든 꾸준히 많이 데리고 나다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시작되어 보니 날이 너무 덥다는 이유로 학원까지의 시간이 촉박하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그러지 못한 것이 끝이 나니 아쉽다면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아침엔 무조건 운동을 꾸준히 데리고 다니자고 했었던 것이 가장 큰 계획이었는데 그것은 지켜졌으니 말이다.


그 시간들 덕분에 나도 함께 운동의 중요성과 꾸준함을 배워갔고 아이들이 정말 학교에 가면 다시 그 패턴에 맞춰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고자 은근슬쩍 다짐해 보기도 했던 순간들-


방학 중 숙제를 꾸준히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막상 개학

가방을 준비하다 보니 빠진 것들이 많은 이상한 상황?

아들, 딸과 나까지 셋이 책상에 둘러앉아 채울 것을 채워나가는데 이게 아닌데 싶던 그 순간 그래, 역시 방학 숙제는 개학 하루 전에 하는 것이지 하며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한번 웃고 힘입어해 나갔다.


숙제를 모두 완료하고 그제야 찾아보는 필통과 필기구들

그렇게 개학 준비물을 하나씩 체크하며 가방을 채워나갔고 생각보다 많은 준비물들 속 실내화까지 사이즈에 맞춰 구매 후 이름 쓰고 실내화 주머니에 쏙 아이들 방엔 빵빵해진 가방과 실내화주머니가 사이좋게 놓여있다.


그것을 보니 괜히 막 뿌듯해지며 월요일이 되고 나면 아이들이 가방을 이고 지고 가는 모습이 상상되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좋다가도 아쉽기도 했지만 지나온 세월들을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빨리 내려버렸다.


이미 아이들은 아침저녁에 놀고 쉬는 것이 익숙해져 버렸으니.. 이제 평일에는 핸드폰 하지 않는 거라고 여러 번 이야기는 해두었지만 아직 그 마음을 버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원래의 평일처럼 저녁, 영어단어를 외우는데 하기 싫어서 난리다 난리- 하기 싫은 자와 해야 한다는 자가 만나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겪으니 아, 제대로 실감이 난다. 정말 개학이구나, 이제 모두가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운 좋게?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 나 또한 퇴사를 해야 했기에

어떻게 보며 나에게도 해당된 긴긴 여름방학이었다.

방학을 매일 주말답게 편하게 살아간 것도 해당되었는데

이젠 나 또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된 것.

솔직히 내 마음도 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이제 재취업의 시기가 다가온 만큼 평일 낮, 매일 구직 사이트를 드려다 보지만 생각 같은 곳이 없으니 조금 불안해지기도 한다. 내가 정말 일할곳이 없을까 봐 나를 뽑아주는 곳이 없을까 봐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일을 하면 다시 놓아지는 집안일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 지니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모든 부분을 다 채우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머릿속에 담아두기로 다짐해 본다.


이런 방학의 패턴을 적응하기도 시간이 좀 걸렸으니 당연히 원래의 현실로 돌아가는 것 또한 한 번에 적응하고 익숙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왔던 것처럼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시간에 맡겨두자

어차피 내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시간도 아닐뿐더러 그런다고 변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이제 준비는 끝이 났고 새로운 시작이 시작되었다

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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