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가 조금 특별하다.
이번주가 핑퐁핑퐁해서 쉬는 날이 많기도 하고 그 쉬는 날에 남편도 함께 있으니 말이다.
주말, 생일을 잘 보내고 월요일은 남편의 군대 후임이 목포에서부터 올라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평일 외출, 거기다 남편과 함께하는 외출은 약속
이야기를 듣고부터 계속 기다려지는 하루였다
화요일, 임시공휴일이라 대부분 쉬었다.
남편도 쉬었는데 글쎄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아이들의 학원은 수업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예정대로 학원으로 간 것
그렇게 보내 놓고 분명 오전에 같이 운동할 때는 뭐도 하고 뭐 도하 자며 많은 이야기를 꺼냈는데 집에 와서 씻고 아이들이 가고 난 조용한 공기 틈에서 단잠에 빠진 남편
깨우기보단 조금 쉬는 게 날듯하여 나는 원래 패턴대로 집안일을 시작했다. 이따 오후에 소고기를 사 와서 구워 먹기로 했으므로 느끼함을 잡을 김치찌개를 숭덩 끓이고 그사이 불려둔 미역을 달달 볶아 아이들이 먹을 미역국도 뚝딱 끓여놨다
하면서도 나 왜 이렇게 뚝딱 숭덩 잘하지? 하는 작지만 큰 자신감을 느끼던 그 순간 때마침 전화 와서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통화를 마치고 나가자고 했다.
아이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
마트에 갔고 신중하게 고기를 고르고 필요한 것도 사서 아이들 학원 앞에 도착!
맨날 나 혼자 데리러 가는데 이날은 남편이 특별히 있었으니 색다르게 해 주자며 밑에서 숨어 기다리라고 했고 먼저 끝난 딸아이를 데리고 내려오니 뒤에서 짠 하며 나타난 남편.
아빠를 보곤 너무 기뻐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역시 그런 가끔 있는 이벤트란,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기쁘게 만들어주는구나 싶었다.
셋이 함께 집으로 가는 길.
딸아이가 뛰고 걷고 계단 올라가고 하는 행동을 보던 남편은 맨날 이렇게 가는구먼 그러면서 귀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그렇게 보고 있는 그 순간이 좋게 느껴졌다.
남편이 아이들의 하루를 보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나의
하루를 함께 하는 것이라 더욱 좋았다.
원래 같으면 내가 그렇게 혼자 마트에 다녀와서 아이들 학원으로 데리러 갔다 데리고 다시 집으로 오는 그 패턴과 모습을 그대로 함께하는 것이 행복했고 남편이 웬만하면 함께하지 못하는 우리의 평일 저녁을 함께하니 그것도 행복했다
남편은 아이들이 씻고 정리하고 숙제하고 밥을 먹고 후식을 먹는 그 아주 평범한 모습들을 보며 신기해하며 따뜻한 미소와 신기한 눈빛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나는 봐봐 이런다니까, 맨날 이렇게 하고 이래, 이제 진짜 잘 먹는다니까? 하며 많은 추임새를 뽑아내던 나
비록 이렇게 같이 쉬는 날이 많아지면 원래 지켜오던 패턴들이 무너지기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어쩌다 어느 날의 이런 하루는 가끔은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서로를 위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목요일도 공휴일이라 쉬고 다음은 금요일 숭덩 지나갈 것이고 그럼 바로 주말. 이래도 이번 주말에 남다른 건 그 주말이 지나고 나면 두 달 반이라는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기 때문이다
와, 이제 정말 모두가 너무 편하고 늘어지던 방학은 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제 정말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게을러진 패턴을 바로 잡고 다시 치열하고도 열심히 일상을 살아보자. 몸도 마음도 힘든 날이 대부분인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겠지만 그것이 인생 아닌가? 그냥 순리대로 인생의 흐름대로 흘러가보자 다시 해보자 까짓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