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지만 자꾸 낮아지는 마음이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이 여럿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러다가도 물 흐르듯 살아가다 보면 잊히는 것 또한 알고는 있지만 당시 그 감정의 여운은 기분 나쁘게도 오래간다
남편이 정말 운동하고자 마음을 다잡으니 장난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운동 갈 태세를 갖추고 아직 누워있는 나를 보며 단순한 눈빛으로 무언의 압박을 보낸다
그럼 아직까지는 남편과 함께하는 운동이 즐거운 나는 살짝궁 몸을 일으켜본다.
오늘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운동 안 하는 하루였기에 우리 부부만 빠르게 몸을 움직여 운동을 나갔다.
평소처럼 웨이트하고 나면 다가오는 공포의 시간. 달리기
사실 달리기는 아직 버겁다. 막상 하면 좋고 상쾌하지만 하기까지 그 숨 안 쉬어지는 듯한 느낌이 힘들걸 알고 있는 내 머리가 나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는 듯하다.
지나가는 혼잣말로 아, 공포의 달리기 시간이다 말하니 옆에 있던 남편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힘들어져 그냥 살살 뛴다고 생각해라고 말이다.
전혀 와닿지 않을 것만 같던 말이 마음에 들어와 살포시 내 불안감을 눌러주었다. 역시 말의 힘은 어마어마한 것임 명심하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죽을 거 같으면 걷자
달리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죽을 거 같다가도 다 끝내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과 몸의 컨디션과 체력 증진이 어마어마한 것이 , 땀을 뻘뻘 흘리고 약간 차가운듯한 물줄기로 땀을 흘려내리는 그 순간은 엄청난 희열감에 감동스럽기까지 하니
하기는 싫지만 아직까지는? 남편과의 운동시간이 기다려지긴 기다려진다. 부디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뿐
오후에 오늘은 특별히 아이들과 친정엄마와의 저녁약속이 있었다. 다음날이 내 생일이라 엄마가 밥을 사주겠다며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학원까지 다 끝낸 아이들을 데리고 우린 단골 치킨집으로 갔다. 고기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뭔가 남편이 없을 때 부산스러운걸? 먹고 싶지 않은 내 이상한 마음으로 인해 치킨집을 고른 것이다.
여기서 큰 문제가 생겼다.
평일에 금주인 우리 부부인데 치킨에 맥주를 어떻게 참으라는 것인가? 거기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엄마도 같이 한잔 먹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생일이니 한잔만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아니, 이미 사실은
올 때부터 한잔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에 나는 이미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와, 그 차디찬 생맥주의 잔을 보자마자 어찌나 설레던지 으으으를 외치며 맥주잔을 들자 딸아이는 엄마 그렇게 시원하냐고 물었고 그럼 시원하고 말고. 와가 절로 나오는 한잔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를 보여주듯 맥주는 정말 금세 사라져 버렸다. 거기서 한잔 더 먹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지만 참아내고 이르게 그 자리를 떴다. 계속 앉아있으 먹고 싶어 지니까
먹고 나니 아쉽기도 하다. 더 못 먹어서가 아니라
생일에 남편과 함께 곱창에 소맥을 말아먹으며 같이 그 환희의 순간을 즐기고 느끼고 싶었는데..
나 혼자 느끼게 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긴 했지만 그렇지만 선택은 후회하지 말자. 그러기엔 너무 즐겼고 너무 호라랑 넘어 삼켜 벼렸으니까-
엄마와 이런저런 말을 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건가? 나는 항상 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며 그런 위치에서만 살아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나름
정말 감사하며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건 그냥 스스로에게 건 가짜 최면인 건가 싶은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 버겁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었다.
제일 편한 존재였던 엄마가 조금은 낯설어진 것.
늘 오래도록 함께 있고만 싶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 오늘도 내 마음을 아릿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