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라고 하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등장한 사람부터 일어났던 일들까지 너무 생생했다. 지금도 그때 느꼈었던 감정이 남아있기도 하니 그만큼 너무 끔찍했고 너무 불행했고 상당히 무서웠다.
오전 7시 알람소리에 눈을 떴고 알람을 껐으니 일어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때까지도 너무 무서워서
몸이 굳었고 너무 추워서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렸다.
알람소리에 남편도 깨어났고 굳은 나의 모습을 보며 땀 흘렸냐고 그러는 것. 나는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
더워서가 아닌 식은땀을 흘려대고 있었고 땀을 흘린다는 걸 느끼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자고 깨고의 반복이었던 새벽녘
땀냄새가 많이 날 정도로 매우 많이 흘려댔다.
분명 새벽에 중간중간 깨어났는데 다시 잠들면 이어지는 악몽이었다. 이렇게 적고 있는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 그런 끔찍한 악몽
어제도 오늘이랑은 다른 악몽을 꾸었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마음 상태가 불안하기에 그 감정들이 이런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듯하다고 답을 정했다
지금 내 마음의 감정들이 죄다 불안, 초조, 우울 이런 것들이니 그럴 수밖에 인정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축축해진 잠옷 윗도리만 갈아입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누워있으면 편할 것만 같았는데 그렇게 있으면 있을수록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남으면 운동을 하든 무언가를 해야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렇게 최악으로 느껴질 수가-
더 이상은 그 감정을 버티고 있을 수 없어 몸을 일으킨 뒤
보이지 않는 척했던 아이들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종이든 스티커든 모든 전부 모아놓는 편이라
세 개의 서랍장 모든 곳이 자잘한 것들이 한가득이었고
아들 방에는 다 쓴 노트와 새거 노트 그리고 장난감들이 가득해 과감히 갈라 버리고 쓸고 닦아댔다
그렇게 해서 깨끗해지니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신기하게도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서 미루던 한 가지 과제를 더 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 학교 끝나고 학원으로 데려다주고 나서 사진관으로 향했다. 이력서에 부칠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간 것인데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하나의 과제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 막상 그걸 끝내고 나니 조금 더 많이 기분이 나아졌다.
금세 다시 아이들의 저녁시간이 돌아왔고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필요 있는 존재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했는지 그 뿌리 속 진실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 방학중에는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아주 뚜렷하게 있었는데 이렇게 개학을 하니 그리고 방학 동안만 일을 쉰다고 했던 말들이 내가 다시 일을 해야 하는 방향으로 쏠린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존감이 바닥인 나는 혹여나 주변 사람들이 일을 왜 안 하지? 그렇게 생각할까 그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를 쪼아대며 지내고 있던 것이라는 걸 말이다.
증명사진 찍은 걸 남편에게 보여주니 벌써 취직하게?라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오늘 저녁엔 악몽을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들었다. 아, 이렇게 단순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다 나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