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죽재킷
우리 외할머니의 친구, 그날 처음 뵙는 할머니셨는데
그 할머니께서는 엄마와 나의 얼굴을 한 번씩 고개 돌려가며 번갈아 보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엄마를 보고 싶으면 나를 보고 나를 보고 싶으면 엄마를 보라며, 한마디로 둘이 아주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평소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백 프로
동감할 수 없는 말이지만 그때 들었던 그 말이 잊히지 않고 순간순간 떠오르기도 한다.
지금도 얼굴의 생김새가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점점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엄마와 비슷해지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건 확실하다.
잔잔하지만 고집 있는 부분도 더욱 비슷해져가고 있고 목소리로 말투도, 하다못해 먹는 취향까지도 비슷해지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지고 있는 반면에 그럼에도 절대 같아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무엇이냐, 쇼핑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옷 입는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
가끔 엄마와 마트나, 백화점을 둘러볼 때면 나는 이미 지쳐 나가떨어지는데 엄마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나는 듯 너무 쌩쌩한 모습으로 신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 가자는 나의 외침에 재미없냐고 왜 쇼핑을 좋아하지 않냐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럴 때 나도 엄마를 이해할 수없다고 한마디 지지 않고 받아친다. 가만히 있지 좀
그렇게 생각해 보니 우리 엄마는 젊었을 때부터, 아니 우리 엄마는 원래부터 타고난 멋쟁이인 듯하다.
내가 갓난쟁이 때 사진만 봐도 당시 유행이라던 닭 벼슬 머리에 지금은 엄마를 봤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진한 화장을 하고 화려한 치마를 입은 모습의 엄마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화려하게 꾸미던 엄마는 아빠와의 이혼하면서부터 다 벗어던졌다고 했는데 그 부분이 참 안타깝다.
그렇게 꾸미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절대 치마를 입지 않고 화창하는 방법조차 다 까먹었다고 말하니.
그렇지만 전과 같이 화려하게 하지만 않을 뿐이지 엄마는
절대 아무렇게나 대충 입고 바르고 다니지 않았다.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거추장을 뺀 수수함으로 자신만의 느낌을 오히려 더 살린 거 같다고 해야 할까?
돈이 없어도 마음에 드는 옷이 아니라면 절대 타협해서 대충 사지 않고 모으고 모아 기다렸다 반드시 제대로 된 옷, 백 프로 마음에 드는 옷을 구매해서 입곤 했는데 그중 가죽재킷인데 나랑 같이 사러 갔던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가죽재킷이라면 얼마나 비싼가? 그 옷도 그랬는데 엄마는
이미 가격을 예상하고 돈을 모으고 모아서 갔던 거 같다
가서 바로 입어보더니 아주 흡족한 얼굴, 금액을 듣고도 놀란 표정은 아니었던 걸 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엄마는 그 재킷을 입을 때면 구매할 때 엄마를 봤던탓인지 아님 나 혼자만 느끼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해 보였고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옷은 나처럼 싼 거 사서 한철 입고 버리고 버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옷 사서 오래 입는 것이라는 엄마의 말이 그저 그렇게 듣고 흘려왔었는데 그때부터 엄마가 입었었던 그 가죽재킷을 내가 물려받게 되면서 나도 옷을 생각하는 관점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옷이 세월감이 묻어있긴 하지만 전혀 지금 입어도 촌스럽지도 낡아 보이지도 않으니 얼마나 훌륭한가-
엄마를 보고자란 나도 화려함 보단 단순 심플한 스타일을 선호하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좋아하고 색채감이 들어간 것보다 무채색을 좋아하고 과감한 도전보다는 늘 입고 다니는 스타일만을 추구하지만 엄마처럼 나만의 느낌을 살리는 방법은 분명 알고 있다.
나에 꽂혀있던 시선이 우리 딸아이에게로 간 엄마는 딸아이에게 내가 사고 입히는 걸 한동안 못마땅해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 괜히 막 눈치 보여서
그건 엄마 스타일이지- 하며 맞받아치긴 했지만 머릿속으론 정말 이상한가? 복잡한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게 되면서 엄마를 만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었던 순간이었는데 그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엄마에게 표현하자 엄마는 그때부터 직접 딸아이옷을 사주기 시작했다.
뭐, 사주면 감사한 거니 잔말 없이 받아 들고 고맙다고 말했는데 내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다가도 엄마한테 괜찮은지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그리 내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해 한해 매번 옷에 큰 비중을 차지해 준다는 것이 와닿은 후로는
기분 좋게 확인받고 기분 좋게 얻어 입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옷을 보는 시선이 비슷해지는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없지 않아 있고.
그러고 보면 나는 우리 엄마의 멋스러움을 좋아했다
항상 예쁘게 입고 다니고 립스틱도 나이에 따라 달라져가며 자신을 가꾸고 신경 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느끼기도 했으니 지금도 엄마가 입는 옷들은 다 좋아 보이고 머지않아 내 훗날의 모습과 비슷할 거라 예상이 된다.
엄마의 영향을 딸이 참 많이 받는다는 것을 몸소 깨달아가니
나 또한 예쁘고 보기 좋다는 느낌을 내 딸에게 심어주고 싶어
딸아이가 있을 때면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꼭 물어본다.
- 엄마 어때?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