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언젠간
여전히 감정이 복잡하다.
안쓰럽고 안타깝고 평생 받은 깊은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를 도와줘야 할까 싶다가도 왜 아직, 혼자 외톨이가 되어 천륜을 끊으며 살아가는지 화가 나기도 하니 이 설명할 수 조차 없는 감정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오빠를 다시 찾게 된 건 마지막으로 보고 난 3-4년이 흐른 후였다. 그 마지막 순간엔 오빠와 엄마, 나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싸우며 끝이 났고 쫓겨나듯 떠나야 했던 오빠는 바로 핸드폰 번호를 바꿔버렸고 가족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모두 연락을 끊어버렸다.
연락이 되지 않던 처음에 나는 너무 나쁘게도 걱정보다는
더 이상 문제를 만드는 오빠가 내 옆에 없다는 현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그 순간이었을 뿐 날이 가고 해가 지날수록 마음속 구멍은 한없이 커져만 갔고 텅 빈 구멍은 시린 바람들과 시큰하고 욱신거리는 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방법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서에 전화해서 집 나간 오빠를 찾아달라고 했다. 성인이라 찾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게 연락이 왔다.
그 전화를 받으면 다시 오빠와 연락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있던 순간, 경찰은 당사자가 자신을 찾기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었고 그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평생 가족의 연을 끊을 생각으로 살고 있구나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다시 나는 오빠를 찾았다.
그땐 경찰서의 도움이 아닌 내가 수소문해서 알아낼 수 있던 상황이라 망설이지 않았고 떨림 속에 느껴지는 기쁨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다행히 정말 오빠의 번호가 맞았고 답장도 빠르게 받아볼 수 있었다.
시간이 답이었는지 그땐 왜 연락했냐고 원망하지도 피하려 하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연락해 대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물론, 시간의 공백이 컸기에 많이 벌어진 틈을 인정해야던 것처럼 꼬리를 무는 대화들을 이어가긴 쉽지 않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고 이젠 내가 연락하고 싶을 때마다 할 수 있다는 그 현실만으로도 나에겐 큰 안도감이 느껴졌다
나의 물음에도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진 않았지만 툭툭 이야기하는 오빠의 말속에는 여자친구와 강아지와 나름 안정적이고 행복한듯한 느낌을 풍겨주었기에 그걸로 만족하고자 했다.
그러나 점점 애틋해지는 마음이 커져 오빠에게 만나자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만남이 다가올수록 이런 핑계 저런 이유들로 여러 번 날짜를 미루더니만 결국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이러려고 만나지 않던 건가 싶게 그 중간중간 몇 번의 적은
금액이지만 돈 빌려달라는 연락을 해왔고, 그런 순간엔 옛 버릇 아직도 고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애틋함은 사라지고 분노가 피어오르며 역시 우리는 연락하지 않고 각자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인 건가 물음표를 떠올려야 했다.
그 후 나는 만나자는 연락과 섣불리 먼저 연락하는 것을 자제하기 시작했고 오빠 또한 나에게 마지막 10만 원을 빌린 후 연락이 오지 않았는데 다행이라 해야 하는 건가 싶고 도대체 그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지 복잡해져만 갔다.
당연하겠지만 우리 세명의 가족도 나빴던 순간만 있던 건 아니었다. 착실히 돈 벌고 모으고 했을 땐, 원래의 가족 오빠와 엄마, 나 각자 흩어져 살고 있었음에도 꼭 시간을 만들었고 주변 눈치를 보면서도 다 같이 모여 밥도 먹고 카페도 가며 지극히 소소하지만 행복한 평범함을 함께 보냈던 시절도 있었단 말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도 찬란하고 행복하다고 느껴버렸기에 어렵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피의 천륜을 잊고 싶지 않은 것이고 다시 만날 그날의 희망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어느 순간이 오면 오빠의 마음이 치유되고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시기가 반드시 오겠지? 그 순간이 오면 그때처럼 셋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함께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생각 하며 생각처럼 이뤄지는 그날을 꿈꿔왔다
그러나, 짧지만 오빠와 연락하며 지내왔던 상황 속 계속해서 과거의 모습들이 비칠 때면 그 기억들이 생겼다 지워졌다 하며 꿈꾸는 날들을 바라도 되는 걸까? 하며 확신이 생겨나지 않았고 믿지만 믿기지 않는 현실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아직은 아닌가? 보낸 시간만큼 더 지나야 하나?
분명히 바라는 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우리 가족이 만나는 그날엔 서로 비난하고 원망하고 탓하지 말고 모두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의 골이 회복되었을때이길, 서로를 다시 받아주고 함께할 수 있을 때이길만을 진심으로 원하고 바란다.
시간이 답이고 필요하다면 언제고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
다만, 언젠가인진 모를 꼭 꿈꾸는 그날이 반드시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