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가 떴지만 숨쉬기도 퍽퍽한 날씨지만 그곳에
있으면 내 속이 불 구덩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같이
고통이 계속될 것만 같아 나가는 것을 선택해야만 했던 날.
그날 나는 가만히 있는 자리에서 가장 끈적하고 더러운 감정쓰레기를 퍼부어 맞았다. 그 순간 버틸 수 있는 힘은 나에게 그리 많지 않아 겨우내 참고 있었고 여느 때와 같이 이래도 허저래도 허, 같은 얼굴을 도저히 하고 있을 수 없었다.
겨우 마음을 달랜 채 점심을 먹었다. 억지로-
정말 먹기 싫었지만 안 먹으면 괜히 그 상황을 본 사람들이 유별나게 행동한다고 생각할까 봐-
평소보다 더 빠르게 먹고 누구와도 겹치지 않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려 유리문을 손으로 미는데.. 나도 모르게 참았던 한숨이 크게 푹 쉬어 나왔고 초점 잃은 눈빛으로 되는대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더니 서있는 곳이 신호등인 것.
앞에선 빨간 숫자가 하나하나 줄어가고 있었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 순간 뒤에선 선생님~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지난번 회식에서 조금 친해진 나랑 두 살 터울의 방사선과 직원 선생님이 서 있었다.
그 순간 번뜩! 아, 맞다 방과 선생님도 맨날 점심 먹고 밖에 나가지 그제야 헤드픈을 끼고 나갔다 들어오는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에게 걸어오던 방과선생님은 왜 그쪽을 그렇게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었냐고 웃으며 묻는데.. 내가 어디를 봤지? 하고 생각해 보니..
그곳은 우리 집 방향이었고... 그 순간 초록색이 켜져 신호등을 건너며 자연스레 같이 걷게 된 둘. 그리고 더욱 자연스레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시작했다.
말하다 보니 순간순간 울컥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서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신기하게도 점점 속이 시원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없이
나누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끔찍할 것만 같았던 오후 시간을 그럭저럭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우리의 마음 소통의 처음은 회식날로 돌아가봐야 한다.
그날 1차로 모두 다 같이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열댓 명이 모인 곳에서 네 명씩 자리를 잡았고 그중 우리 둘이 같이 테이블에 앉아 처음으로 같이 밥과 술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눴다.
그 후 2차가 끝나고 우리 둘만 가는 길이 같았고 무슨 술이 조금씩들 오른 상태라지만 무슨 할 말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우리 둘은 서로를 잡고 몇 마디씩 더 나눈 뒤 헤어졌다.
그날 산책 이후로도 우연히, 또는 약속을 잡고 몇 번씩 나가다 요즘은 밥 먹고 커피 마시자며 카페로 가서 둘만의 점심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단지, 혼자 즐기고 싶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어 한 번씩은 일부러 안 나가는 척하고 있을 뿐.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마음 맞는 소통 친구, 한 바퀴 걸으며
땀 쭉 빼며 마음의 불순물까지 빼는듯한 속 시원함을 함께하는 산책친구가 있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