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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28. 2024

힐링이 필요해

힐링의 순간들

차를 이렇게 질리게 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황패밀리, 우리는 차를 끌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웬만하면 버스를 타거나 조금 애매한 거리라면 택시를 이용한다. 하도 차를 안타 버릇 해서 그런지 황남매도, 나도 차만 타면 속이 울렁울렁 우에에엑이 되어 버린다.


그렇지만 이번 주말엔 용인으로 펜션 아닌? 펜션을 다녀왔다

설명하자면 긴? 황남편 지인의 친구 부모님의 시골집, 거기에 내 고등학교 친구 두 명 중 한 명이 지인의 친구 중 한 명과 사귀게 되어 그 지인의 친구이자 내 고등학교 친구의 남자친구가 생일이라 겸사겸사 시간 맞춰 단체로 우루루 놀러 갔다 온 것-


사실, 처음 용인이 그렇게 멀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길치라 거리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근데 이렇게 더 멀게 느껴진 이유도 분명히 있다.

분명 처음 만나기로 한 시간은 2시, 실제로 만난 시간은 거의 3시가 다 되어서였고 토요일의 3시는 당연히 막힐 대로 막히는 시간이며 거기다 신정네거리역 사는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을 데리러 1시간 달렸고 거기다 마저 못 봤던 장을 봐야 했고 커피도 먹어야 했으니 시간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더 급해진 이유는 황남편과 황남매는 앞 차를 타고 이미 도착했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하는 것이 아닌 얻어 타는 입장이라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그땐 그것이 최선의 순리였을 것이다.


해는 이미 넘어갔고 도착의 선이 보이는 순간 살짝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곧 눈이 되어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천천히 갈 것을 이야기하니 괜찮다고 안전하다고 하는 소리에 조용히 이야기했다.

- 나는 자식이 둘이나 있어서 죽으면 안 된다고


내가 봤을 땐 그냥 용인이 아니라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정말 시골이었고 그 도착 후차 문을 열던 순간의 느낌을 절대 잊지 못한다. 하늘에선 눈이 펑펑, 부피가 큰 것들이 내리고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공기가 내 콧속으로 스며드는데 역했던 속이 화르르 풀리는 걸 난 분명히 느꼈다.


내리자마자 보인 풍경은 마당에서 황남편과 지인들은 고기를 굽고 있었다. 나는 제일 먼저 집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황남매는 본인들 집인 양 너무나도 편하게 고기를 먹으며 놀고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보니 마음은 다시 편안해졌고 나는 짐 정리 후 마당으로 다시 나갔다.


눈이 펑펑 내리고 날씨도 추운 탓에 몸이 적극적으로 행동되진 않았지만 내 눈앞에 보이고 있는 모든 행동들이 힐링의 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왁자지껄 주변 눈치 안 보고 웃고 떠들며 맥주 들이켜는 그 순간은 그렇게 힘들었던  멀미의 순간을 잊게 만들어줬다.



우린 정말 먹고 먹고 또 먹어댔다. 음식도 술도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건가 싶을 정고로 먹부림을 해댔다.

많은 걸 먹었지만 제일 기억나고 제일 맛있던 건 새벽 2시쯤 먹은 진라면 매운맛!! 거기에 고등학교 친구가 가져온 김장 김치. 그 라면의 맛은 전에 낚시하는 아버님과 황남편 따라갔다가 거기서 끓여 먹은 라면과 비등비등했다.

(거기서 먹은 라면이 인생 1순위로 제일 맛있었던 순간)


고기 장인 황남 편이 구운 고기들은 촉촉함을 더해 목살에서 소시지 맛이 나는 그런 기가 막힌 맛들을 내었고 우리의 파티는 끝이 보이지 않을 거 같았지만  다들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새벽 3시를 기점으로 모두 잠자리에 들어갔다.


더 자야 했지만 새벽 6시에 일어난 황 납매의 이야기 소리로,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의 목소리로 눈이 떠졌다. 아직 숙취가 올라오는 거 같아 더 자려고 눈을 애써 감았지만 잠자리가 불편한 탓인지 다시 잠에 들 수 없었고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성인 남자들은 모두 자고 있고 황남매와 나,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깨어난 상태. 아들이 전날부터 기대하고 기대하던 공화춘 점보 도시락을 끓여서 먹었지만 역시 양이 어마어마했고 전날 너무 먹은 덕에 배에 공간이 부족해 많이 먹진 못했다


딸아이는 맵다고 하여 여행 와서 최고로 편한 햇반에 김 싸서 주고 우리는 수다 타임을 가진 뒤 천천히 정리를 시작했다

(아이스커피가 간절히 생각나던 순간)


신나게 놀았던 만큼 어질러진 공간, 그래도 치울 사람들은 많았고  누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척척!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고 정리 후 이젠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아직 운전자들이 자고 있어 눈치 보며 기다리고만 있었고 곧이어 모두 다 일어나, 나머지 다 치우고 이제 집으로 향하나 했는데 설렁탕을 먹고 가자는 것이다..


황남편은 차 타기 전 뭘 먹으면 바로 배가 아픈 사람이라 절대 뭘 먹지 않지만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이 공동체의 유연함이기에 어쩔 수없이 다 같이 설렁탕을 먹으러 갔고 덕분에 맛집 커피를 사 먹을 수 있었다.


설렁탕까지 끝낸 뒤 드디어 우리는 집으로 출발했고, 다행히 펑펑 오던 눈이 다 녹아 큰 어려움 없이 달릴 수 있었다.

황남매는 거의 차 타자마자 잠이 들어 도착 직전 일어나서 멀미의 고통을 느끼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 그 고통은 나의 몫..)


1박 2일이라 많은 짐은 아니어서 세탁기 돌리고 조금 이리저리 정리를 하며 나는 그 친구의 맛있었던 김장 김치를 받아와 바로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인 뒤 모든 집안 정리를 끝내고 저녁으로 황남편과 황남매 한자리에 모여 같이 먹었다.

여기에 맥주가 빠질 수 없어 야무지게 같이 먹었는데 그 덕에

가뜩이나 못 자 피곤한 몸은 처질 대로 쳐졌고 우리는 다 같이

저녁 9시가 되기 전 잠이 들었다.


많이 잔 덕에 다음날은 개운한 몸 상태를 느끼며 한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출근 후 친구들과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또 한 번의 힐링을 느꼈다.


참, 좋았다.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 그 상황에 적응하고

함께하는 그 순간들이 참 좋고 감사하다. 모두가 각자 일정이 있고 생활이 있음에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땐 모일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너무 좋다. 오랜만에 최고의 힐링을 느끼고 왔다. (차 타는 건 역시나 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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