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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Apr 11. 2024

배가 고프니 화가 나네요

그것 또한 감사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음식사진과 함께 나의 일상을 더해 같이 끄적여 올리고 있었다.

그 후에 음식 사진 말고 생각을 담은 글도 올리기는 했지만

음식사진과 일상의 글이 대부분이긴 하다.


첫 시작은 그랬다. 우연히 친구가 블로그를 열심히 재밌게 하는 걸 보며 시작하게 되었고 해 보니 나 또한 재미를 느껴 부지런히 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시작한 지 1년도 더 지났고 그 흐르는 시간만큼 우리 가족의 일상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사진 찍는 거 조차 부끄러워서 망설였고 그다음은 될 대로 돼라 하면서 찍으며 점차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해졌고, 황남편과 아이들도 사진 잘 찍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모양 잡아주며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젠 당연한 듯 흘러가는 순간들-


이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주말은 최대한 맛있는 곳, 느낌 좋은 곳 찾아 외식하는 것이 우리 황패 밀 리의 일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끄적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전적인 도움이 있음으로-


벚꽃이 만개한 어느 토요일, 이날은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된 맛집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오픈시간이 명확지 않아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시간을 추측하며 갔는데 예상보다 더욱 늦게 오픈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때 우리는 모두가 짜증지수가 올라올 대로 올라온 상태였다. 그곳에 가기 직전 모두 같이 한의원에 들렸다 배가 고프지만 맛집 가서 고기를 먹어야 하니 간단하게 먹고자 분식점에 갔고 어묵과 떡꼬치 황남매는 슬러시까지 더해 먹고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원래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힘듦 없이 걷고 있었다. 내 뒤에서 걷던 황남편이 갑자기 나의 운동화를 가리키며 밑창이 다 낡았다고 새로 사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집에 운동화가 많지만 속으로 아싸- 하면서 신발 매장으로 갔다. 전부터 눈 여겨본 디자인의 운동화를 고른 뒤 사이즈 맞추려고 이것저것 신어보는데 옆에서 딸아이가 자신 것도 사달라고 그러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키즈는 없는 매장이라 사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니 거기서부터 딸아이의 짜증의 기미가 슬금슬금 올라왔고 갑자기 옆에서 잘 있던 아들까지 잇몸이 아프다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약국에서 해열 진통제라도 사서 먹이려고 사이즈가 없다는 신발은 주문을 요청드리고 얼른 나왔다. 그때에도 옆에서 딸아이는 신발 사달라고 계속 조르니 키즈 매장으로 결국 갔다. 하필 고르는 족족 딸아이 사이즈가 없어 점점 다 지쳐갈 때쯤 겨우 중간에서 타협하여 구매를 할 수 있었고 아들은 약국에서 약을 사 먹이니 불편했던 내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서로 짜증을 잔뜩 품고 있는 상황 속에서 원래 가기로 했던 맛집에 갔는데 기약 없는 오픈시간, 다른 곳 가자고 소리 높여 말하는 아들, 의견이 엇갈렸지만 여기서 기다림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그 라인에 있는 한 고깃집에 들어갔다.

그곳도 사람이 많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랬지만 우리 들어오고 나서 웨이팅이 막 생겨나는 걸 보니 그래도 조금 빠르게 선택해 이곳이라도 들어왔음에 감사했다.


앉아서도 서로의 짜증이 튀어 오르던 그때 주문한 고기 들이나 왔고 빠르게 구워 아이들이 먼저 먹기 시작했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니 다들 언제 짜증에 가든 찬 사람들이었냐는 듯이 다시 분위기는  평온해졌다.


황남매는 배고프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황남매는 배가 고파서 더욱 힘들고 짜증이 가득했던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사실 나는 먹으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그 맛집에 가지 못해서 말이다. 그곳에 가서 맛있게 먹고 사진 잘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풀리며 그 순간 올라오는 행복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올라왔다.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고 고기도 아주 상태 좋고  맛도 좋았다. 그거 자체로도 행복했다.

거기다 상당한 배고픔을 느끼고 먹는 음식은 더욱 꿀맛이었고 우리는 더 맛있게 감사히 먹었다.

기분까지 좋아진 우리는 그곳에서 적당히 먹고 볶음밥으로 마무리 한 뒤 (볶음밥은 무조건 필. 수 아닌가요?!)

조금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나는 먼저 황남매에게 짜증 낸 것을 사과하고 아이들도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을 꺼내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상황이 안정되니 행복해졌다. 그러나  안정되고 편안한 상황 속에선 누구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주 동안 황남편과 나는 각자 개인의 불편한 감정으로 힘들다고 느껴졌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날의 여러 상황 속 작든 크든 힘들 때도 함께 견뎌내고 감당하니 끝엔 그것 또한 감사한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던 그런 하루였다.


이런 깨달음의 하루가 너무 소중해 이런 감정을 잊지 않고자 나는 이렇게 적어내고 있다. 다시 짜증이 올라올 때, 작지만 불편한 상황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다시 그것 또한 감사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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