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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May 01. 2024

퇴사 통보를 받았다

디데이 시작

앞서 말했듯 나는 동네에 있는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일을 하고 있다. 5월이 되었으니 햇수로 2년을 맞이했다.

2년을 채우기 한 달 전 오늘, 나는 한 달 뒤 퇴사처리가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예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올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말씀하시는 원장님 앞에서 차마 어떠한 당황함도 내비칠 수 없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병원은 처음 입사 했을 때부터 환자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날에 따라 업 다운은 분명히 있었고 없을 때 있으면 있을 때도 많고 분명히 초반까진 그런 현상을 보였기에 환자가 조금씩 줄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게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정확히 말하면 주차장에 차단기가 달리고 밑에 스크린 골프장이 오픈하면서부터 차를 끌고 병원에 오는 사람들, 남자고 여자고 주차하기 너무 어렵다며 차가 나가지를 않아서 몇 바퀴를 뺑뺑 돌고 왔다며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듣기 싫은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침에 출근하는 그 이른 시간조차도 차 댈 곳이 없다는 상황이 이어 지니주차문제를 쉽게 지나칠게 아니라는 게 확 와닿았다.


그렇게 점점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불평불만도 없어지고

환자들도 눈에 띄게 줄게 되었다. 물론 무조건 주차 때문만이라고 할 수 없지만 주차가 크게 한 몫을 했다는 거는 의심치 않는다.


환자가 줄수록 원장님의 마음은 타들어가셨겠지만 우리 직원들에게 대놓고 눈치 주지 않으셨고 눈치 보지 말라고까지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만 눈치를 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몸은 편했지만 마음만큼은 상당히 무거운 나날들이었다


원장님은 빈 시간 동안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고 처음 보는 업체 담당자분들이 많이 오면 올수록 나도 어느 정도 점점 예상하게 되었다.

원장님도 어느 날엔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아니지만 때가 되면 다른 곳에서 다시 새롭게 출발하실 생각이 있으시다고. 그래서 지금 공부를 해두는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끝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끝냄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 그렇게 믿고 싶던 나의 마음이었을까? 5월을 하루 앞둔 4월 30일 퇴근 직전에 직원들을 불러 5월 말일자로 폐업 조치에 들어갈 거라고, 우리는 실업급여 대상자이기도 하고 아니면 1달 안에 직장을 구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일단, 듣고 멍해졌다.

때가 올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그때가 오지 않길 바라서 그랬나 보다. 나뿐만이 아니라 같은 들은 직원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우린 약속이나 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퇴근길, 그제야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고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온갖 걱정에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댔다. 한마디로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이곳이 좋았다.

집에서도 멀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도 딱 좋았고 오버타임도 거의 없어 황남매 케어하기도 좋았다.

거기다 내가 여러 병원에서 일해본 결과,  제일 착한 원장님이었다. 그리고 사적으로는 전혀 친하지 않지만 일할 때만큼 짝짜꿍이 잘 맞던 같이 일하던 동료직원까지. 모든 게


낯가림이 심한 내가 또다시 어딘가를 가서 처음부터 다시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에도 막막함이 느껴졌고 그냥 한마디로 망했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원장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선택임이란 걸 알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고 무섭고 답이 없다.

과연 나에게 다른 주어지는 일이 있긴 한 건가?!

내가 적응하고 다른 곳에서 일하는 순간이 오긴 할까?!


먹구름이 몰려오는 저녁.

이렇게라도 끄적여 기록해 본다.

훗날 나의 이러한 마음가짐을 담은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상황이 너무나도 잘 풀렸네? 하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을 맞이 하고 싶은 간절함의 희망이 담긴 마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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