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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May 10. 2024

비우기의 시작

제일 먼저 속옷을

아침 출근길, 담담한 마음으로 나섰다.

아직 일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당 떨어지는 느낌이라서

한동안 아메리카노만 먹겠다던 고집은 날려버리고 다시

나의 최애 커피, 바닐라라테를 텀블러에 받아 출근 완료 했다

그 별거 아닌 거 같은 커피가 참 별거로 다가온다.

특히 아침엔 더더욱


사실 조금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어제 그 사람이 다시 오면 어쩌지? 하며 막상 닥치면 아무렇지 않을 듯한데 그 순간을 겪기까지 마음 쪼임이 두려움으로 거짓되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시간이 계속 지나도 오지 않았고 오후에 오려나 했지만 퇴근시간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이라 생각이 들면서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약간의 불안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비껴간 거 같아

그게 정말 다행이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젠 정말 끝나는 날까지 아무 일 없이 맹~ 하게 지내다 끝내고 싶다. 정말로


오늘 날씨가 참 내 마음 같았다.

쨍쨍함을 유지하면서 강한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그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자니 아무렇지 않은 척 밝게 살아가지만 속에선 강한 바람만큼 이리저리 감정들이 휘날리고 있는 것이 딱!


퇴근해서 꼭 목요일쯤 되면 엉망인 집을 한참 치웠다.

정리가 되고 나면 마음이 참 평안해지니 참 좋다.


요 근래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 건지 며칠 전 엄마가 집 비우기를 시작하고 있다고 해서 그런 건지?! 집에 가득가득 쌓여있는 물건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많은지-

무슨 미련으로 이렇게 모셔놓고 사는지. 나참


아무래도 나에겐 비우기가 필요한 거 같다.

마음속의 감정도 비우고 겉으로 보이는 집안 물건들도 비우고 미련 없이 말이다-


꼭 물건을 버리려고 마음먹으면 다음번에 필요하지 않을까? 하며 망설여져 결국 버리지 못했던 순간들이 반복되니 결국 이 모든 것이 지경까지 와버렸다.


처음으로 속옷을 비워냈다. 이번에 새로운 속옷을 장만해

교체하면서 기존의 속옷은 꺼내고 새로운 속옷을 정리해 뒀다. 그거 버리면서도 벌써 뭔가 개운하고 비우기를 잘 실천하는 거 같아 스스로 뿌듯했던 그 느낌을 잊지 않으리.


때론, 아니 주기적으로 비우기는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는 이 시간들. 미련 없이 개운하게 비워내자




디데이는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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