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두고 떠난 스리랑카: 캔디에서 요가 배우기
숙소에 돌아왔다. 호수의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다. 방금 전까지의 소란이 꿈같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낮잠을 한숨 자고 눈을 뜨니 요가 수업에 갈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요가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요가 수업을 꼭 체험해 보는 편이다. 나라마다 스타일이 다른 것도 재미있고, 여행지에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이번 클래스는 극찬 일색인 서양 여행자들의 리뷰를 보고 신청하게 됐다. 아래는 트립어드바이저에 등록된 리뷰 중 일부다.
“그는 인생에서 한 번 만나는 사람이다.”
“스리랑카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는 마치 우리가 서로를 항상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나의 첫 번째 영적 안내자.”
온통 이런 칭찬뿐이다.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수업을 신청했다. 사실 기대보다는 의심이 더 앞섰다.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의 극찬 리뷰에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였다. 와나카라는 도시의 한 양고기 식당에 대해 ‘세계일주를 끝낸 내가 인생에서 마지막 한 끼를 먹는다면 방문할 식당.’이라고 칭찬한 리뷰를 발견하고 기대에 부풀어 예약한 적이 있다. 동행에게 아주 대단한 맛집을 찾았다며 호언장담하며 끌고 갔다. 그런데 웬걸, 막상 나온 음식을 먹어보니 전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자주 가는 식당의 양 수육이 훨씬 부드럽고 맛있었다.
숙소를 찾을 때도 ‘지상낙원’,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는 리뷰를 믿고 예약했는데 막상 방문해 보니 자잘한 것들이 눈에 걸릴 때가 많았다. 이럴 때 ‘깔끔하고 가성비 좋지만 방음이 잘 안 되고 에어컨 소리가 너무 큼.’이라는 한국인들의 기름기 쪽 뺀 깔끔한 리뷰는 가장 현실적이고 도움이 된다.
심지어 우리 친절한 한국인들은 변형 한국어로 큰 힌트를 남겨주기도 한다. 대놓고 안 좋은 리뷰를 남기면 삭제당할 수 있지만, 변형 한국어는 번역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스파 진짜 좋아요! 뗘럽꼬 뿔친쫄햬니꺅 꺠찌뫄쏐욬’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국어 화자에게 뒷 문장은 ‘더럽고 불친절하니까 가지 마세요.’로 자연스럽게 읽힌다.
오늘 우리가 신청한 요가 수업에 한국인 리뷰는 아직 없었다. 그래서 모험하는 심정으로 수업을 신청했다. 선발대가 되어 다음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어설픈 사명감도 들었다.
우리의 요가 선생님 샤먼은 툭툭을 타고 숙소까지 마중 나왔다. 인사를 하고 툭툭에 올라탔다. 흥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이 편했다. 나와 친구, 샤먼을 태운 툭툭은 30분 정도를 달려 시내 외곽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샤먼은 우리를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으로 안내했다. 누가 봐도 부잣집이었다. 그 집은 사촌 누나의 집이라고 했다. 사촌 누나의 남편이 한국에서 7년 동안 일해 번 돈으로 이 집을 지었다고 했다. 코리안 드림의 산 증인이셨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분은 수줍고 어색한 한국어로 부산에서 일했다며 자신을 소개하셨다. 한국에 다녀온 지 오래되어 한국어를 많이 잊어버렸다고 하셨다. 타국에서 낯선 외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하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마싯께 드세요.”
한국어 인사말과 함께 내어주신 홍차를 한 잔 마신 뒤 2층에서 요가 수업이 시작됐다. 샤먼은 듣던 대로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선생님이었다. 어떤 수강생의 표현처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건 그의 자연스러움에서 기인했다. 그는 모든 게 적절히 자연스러웠다. 우리를 대하는 태도, 말투와 눈빛, 행동에 인위적인 게 없었다. 덕분에 나와 친구도 긴장감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기본에 충실한 수업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탁월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국 요가 선생님들의 티칭이 더 꼼꼼하고 세심했다. 아직 스리랑카에서 요가가 한국만큼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가 샤먼의 모국어가 아닌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도 요가가 끝난 뒤에는 무척 개운했다. 특히 선생님께서 내 몸의 약한 부분을 파악해 강화할 수 있는 동작을 많이 넣어줘서 좋았다. 수업이 끝난 뒤에 몸의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샤먼은 고맙게도 핸드폰이 없는 우리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툭툭도 불러줬다. 맑고 깊은 눈동자로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그는 이 말도 잊지 않았다.
“꼭, 구글 리뷰를 남겨주세요. 부탁해요.”
만약 내가 리뷰를 남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친절하고 진실된 선생님과 함께한 좋은 요가 수업이었습니다. 샤먼은 우리 몸의 불편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캔디에서 여유 있는 일정을 보내시는 분이라면, 추천해요! 핥쥐맨 여긔 젘켜잇눈 립유드른 조금 과좡댔쎠요. 기뒈햐징 먈교 갸버윤 먀윰으로 가셍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