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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yang Dec 20. 2023

UDT 전남친


그를 처음 만날때 보았던 뽀빠이 팔뚝의 문신은

군대에 가서  하게 되었다는 것과

거의 100퍼센트의 동기들이 비슷한 문신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 군대가 UDT라고 말해 줄 때도

그 부대가 정확히 무슨 부대인지 나는 몰랐다.

그 때는 순진한 포인트에 가끔 상남자 매력까지

더해져서 진짜 남자라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처음으로 집에 데려온 자리에서

아버지께서는 별말없으시다가  남친한테

갑자기 그의 군번이랑 군대이름을  물었었다.

남친은 군번 같은 번호를 줄줄이 외우고 무슨 무슨 부대 나왔다고 했는데

아버지 표정이 갑자기 변하시면서

나한테 알았었냐고 되물으시는 것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남자들 군대 갔다 오는 거

다 똑같지 무슨 부대까지는 모른다고 답했는데

아버지는 기분이 갑자기 360도 변하시면서

짐빔 위스키를 꺼내와서 손수 따시고 얼음을 가져오라 하고 콜라랑 섞어서

언더락으로 한잔 크게 ...남친한테 마시라고 하셨다.

우리 아버지가 짐빔 위스키를 마시는 날은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라는 걸 알기에

엄마도 남친의 첫 인상이 나쁘지 않은 눈치라 ...

일단 엄마 아버지한테는 통과가 된듯한 분위기였다.





짐빔위스키로 무르익은 술자리는

아버지의 옛날 어릴 적 추억까지 소환되면서

남친 칭찬 일색의 자리였다.

어릴 적  우리 아버지 친구 중의 한 명이

남자친구하고 같은 안동 권씨네였다는데

마을에서  아버지도 한싸움한다고 했는데

한 명은 이길수가 없었다며

아무도 걔네들을 건드리지 못했고

형제들이 다 통뼈에다가  형제애까지 끈끈해서

대적 상대가 없었던 애들이 안동 권씨였다고..

안동 권씨 31대 손을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다고 하시더니

남친의 팔뚝과 손목을 잡으시면서 통뼈 맞다고 ㅋㅋ

나는 웃음이 나와서 막 웃었다.

거기에다 우리 아버지는 정식 군대를 갔다 온 게 아니라

그 당시에는 보급부대 쪽에서 근무하셨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한테는 일타쌍피의 느낌이랄까?

말로만 듣던,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무시무시한 UDT라며

술이 술인지 물인지 주고받기가 끝이 없었다.

뭐 좀 하는 특수부대인가 정도로 나는 생각했었다.




한번은 그의 군대 동기 몇 명하고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처음 만나는 동기의 여친이 있거나 없거나

별로 신경을 안 써주는 듯한

무심한 듯 던지는 대화 툭툭 그것도 가끔씩 대화

내가 우리 친구들을 만날 때와는 너무나 다른 어색의 극치였다.

대화란 원래 주고받는거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이상한 거

옷은 달라도 뭔가 느껴지는 실루엣이   내 남친이란 똑같아서 놀랐다.

모야 왜 다 똑같애...왜 얼굴만 달라!

훈련이 힘들고 매일매일 똑같은 체력단련이 이렇게 만든 거라고?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파지티브보다는 네거티브에 가까웠다.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는  싫증도 잘 내고 집중도 안돼는 것이

나의 큰 문제라는 거 알지만

만나서 말들을 많이 하지 않아서 시간낭비같아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거기다 그들은 남친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강하게 느껴졌었다.





나중에 UDT 훈련과정을 다 듣고서야

왜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견디고

버텨냈는지에 대해 물어봤었는데.. 남친은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죽더라도 끝까지 가보려구했다구....

내일은 살아있기를 기도하면서 잤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왈각 쏟아졌었다.

너무 힘든 시간들을 이겨낸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 봤었다.

그는 항상 마일드했기 때문에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생각반

미련하게 그만두지도 못했냐는 생각반

나를 만나기 전 그의 결정과 결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고 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인 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내가 느끼기엔 무엇때문에 힘들게...쓸데없이 ...말도않되는 부대라는거였다..





그런데 나에게 순진하고 착한 캐릭터인 남친은

전통 유교 집안의  안동 권씨 삼형제중 막내에다가

플러스 강인하고 센 UDT의 자부심과 애국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말로 설명이 안되는 캐릭터를 또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남편이 두 명인 줄 알고 살 때가 많았다.

순진하고 완벽하지 않은 나만의 완벽남을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상남자 중의 상남자도 많이 만났다.

그 쬐그만 문신속에 커다랗고 씩씩한 다른 놈이 살고 있었다.

살면서 만나는 새로운 놈들 때문에

죽어라 싸우고 싸웠었다. 결혼은 그랬다.

A 인줄 알았는데 B였고

분명 A가 맞았는데  B가 되기도 하고

A와 B가 똑같기도 하고 또는 완전히 다르기도 한

온갖 가능성을 인정하며 싸우며 때로는 가르치며 살아내는 것

그게 결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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