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coyang Dec 20. 2023

빈이 내 사랑스런 뽀글이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고 아버지는 한참은 힘들어 하셨다. "혼자 밥먹는 거 제일 힘들다" 하시면서 ...

그렇게 몇년을 혼자 계시는 걸 보니까 많이 외로울거라는 생각에 강아지를 한마리 보낼까 생각했었다. 마침 아는 지인네 강아지가 많아서 한마리 입양하기로 했던터라... 내가 어릴때 우리집 마당에는 항상 강아지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무심한 듯 하시면서도 강아지랑 놀아도 주시고 했어서 언제고 좋아하실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는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강아지가 아니고 나한테는 대화하고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한데 왜 니넨 그걸 모르냐'는 뉘앙스를 남기셨다. 갑자기 강아지하고 우리아버지 여자친구 만들기하고 두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사실 그 때 난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트라우마도 있었고, 아들녀석 때문에 애견샵에서 데려온 강아지가 며칠계속 아프고 울고 하는 바람에 한번의 실패도 있었어서... 일단 약속한 이상 강아지를 우리집으로 데려오기로 했고  그 다음에 아버지의 외로움을 치유할 여친문제를 생각키로 했다. '아버지가 혼자 외롭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결국 우리집에 강아지를 데려오게 된 것과 어디있을지 모를 아버지의 여친을 찾아야 하는 두가지 과제로 남겨졌다.  


하얗고 뽀글뽀글한 털을 가진 작은 푸들 한 마리가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너무 귀여운 한 살짜리 여자아이였다. 첫 날부터 이 강아지는 나를 쫒아 다니고 잘 안기고 했는데 나는 왠지 눈물이 날것 같아서 혼이 났었다. '엄마와 형제들하고 떨어졌는데 안슬프니?'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온갖 인간의 감정들로 힘들었었다. 막상 우리집에 온 강아지는 행복한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말이다.  '감정이입도 적당히 하자'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빈이'라고 지었다. 그 이후 빈이와의 추억과 빈이가 주는 웃음, 빈이와의 산책 , 나와의 동침15년이 흘렀다. 지금은 16살인 빈이. 상할머니가 되어 보살펴드리고 있는 중이지만 내 맘속에는 첫날 나에게 와서 지금까지 내곁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아기일 뿐이다.


나이가 드는것이 참 자연스러운 것인데 늙어간다는 것이 아쉬운것은 아닌데 가끔 나는 인간과 다른 시간이 흐르는 것에 슬픈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특히 요즘 몇 개월전부터 눈이 안보여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귀가 안들려서 짖는 소리가 커지고 하는 일들을 겪을 때 더 그렇다. 누구보다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낸 빈이. 어떤 사람도 주지 못하는 충성스런 사랑을 준 빈이, 다가올  시간들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생각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는 하고싶지 않아 회피해 버리곤 하는 요즘이다. 사라지지 않는것이 오히려 이상한건데 하면서도...  사람이나 동물이나...그래도 가슴한쪽이 쓰려오는 고통은 감수해야 할 내몫인거다. 빈이인생은  행복하겠지 하면서 ....  


인간은 앞이 안보이면 팔부터 뻗게 되어있다. 하지만 강아지는 뻗을 손이 없다. 그래서 많이 튀어나온 코가 성할날이 없다. 부딪히고 까이고 하는데 집에서는 익숙한 길을 잘도 다닌다. 산책을 할 때는 늘 보도블럭에 대이고 까지는 코가 제일 문제이었다. 지금은 무서워해서 산책을 안하지만 ..집에서는 마치 보이는 것처럼 용기를 내어 소파위에도 계단을 밟고 오르고 한발로 계단을 감지하고 또 용기를 내어 내려가곤 한다. 기특하게.. 자기 몸이 늙고 안보이고 안들리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엄마 돌아가시고 3년간 혼자 계신 우리아버지는 만날 때마다 "아이고 혼자 지내기 힘들다" "밥혼자 먹는거 고역이다 "하시면서  지난세월 금슬이 좋았던 후유증을 제대로 앓고 계셨는데 말이다. 언제나 나약한 건 사람들 인 것 같다.






인간과 강아지가 같이 사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주지 않는 다른 종류의 사랑을 주니까... 그 사랑을 나는 하루 두끼밥주고 가끔 산책해주고 안아주고 하는걸로 보상이 될지 모를 때가 많다. 항상 나를 아래에서 목 아프게 올려봐야 했지만 한번도 외면한 적이 없었고 항상 내게 엉덩이를 붙히고 자는 빈이, 안보여도 나를 찾는 빈이, 내가 빈이한테는 세상이었을까? 나의 세상은 빈이가 아닌데 ... 미안하다는 마음과 함께 '내맘안에 들어온 합집합으로 만족해라' 말해준다.


너로 인해 내가 따뜻한 인간이 된거랑 너로인해 내가 세상의 모든 강아지들의 감정도 알게 된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개어멈으로 행복하다. 세상에 있는 모든 개어멈들 존경하고 똥오줌 하루에도 몇번씩 치우지만 내가 받고 있는 사랑보다 작은일이라는 거 ..."처음 우리에게  갑자기 온것처럼 언젠가 갑자기 가겠지? 하지만 난 괜찮아 넌 이미 나의 합집합이야 빈이야.  그곳에서 꼼작 말고 기다려!  내가 가면 막 달려와 안겨줘!  들리니? 안들려? 야!!!!" ㅋㅋㅋㅋ  남은 시간 행복하게 살자 빈이야~~~~~~~





이전 05화 UDT 전남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