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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3. 2022

당신의 책이 배송중입니다.

책을 주문하고 도착하기까지의 두근거림, 설렘주의보

8월 초, 남편에게 선물을 받았다.

자그마치 문화상품권 100만원.

개인 이름으로 하루에 살 수 있는 최대치라고 했다.


3개월 동안 알차게 신나게 책을 샀다. 중고서점에서, 온라인 서점에서, 일반 서점에서....

아이는 모르기에 통 크게 초등 남아의 로망 "숭민이의 일기" 전 시리즈를 한꺼번에 사주기도 하고, 아이와 서점에 간 날 사고 싶다는 책들은 두말 없이 사주며 생색 내기도 했다. 작은 아이에게는 숨은그림책과 미로찾기, 퍼즐 등을 사주기도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남은 상품권은 대략 20만원 정도.

어마무시할 정도로 팡팡 써댄 덕에 상품권 두께는 얇아진 대신, 집에는 책이(99%이상은 큰 아이 책) 풍성해졌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중에 마음에 들면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하곤 하는데 내 주문 원칙은 크게 4가지다.


1. 도서관을 통해 책 내용을 이미 익혔는가.(내용을 보아야 소장가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시리즈 신간은 제외.)

2.오래 두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가.

3.중고서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책인가. (그렇다면 온라인 중고서점으로)

4. 아이도 나도 같이 읽을만한 책인가?


네 가지를 고려해서 중고책에 있으면 최대한 중고책으로 구입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6월까지도 온라인 중고로 구입하기엔 다소 망설였는데,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팔기를 여러번 하다보니, 내가 거래하는 온라인 서점은 매입기준이 꽤나 까다로웠고,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 매입이 이루어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구매자 입장에서 확실히 신뢰가 갔다. 그 뒤로는 아이가 사달라는 책이 있으면 일단 중고책으로 나왔는지 여부를 살핀 후 해당 서점 직거래 도서 위주로 구입하면 실패가 거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거래하는 온라인 서점의 특징은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신간의 경우, 아이의 요청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미처 아이의 흥미가 떨어지기 전에 바로바로 구해다 줄 수 있어 좋았다. 어쩌다보니 최고등급의 고객으로 등극해서 포인트를 더 받기도 하고, 온라인 중고로 책을 팔아 포인트로 충전 후 원하는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해볼 수도 있어 편리했다.


책을 주문하고 나면 책을 받기까지 조마조마 설레곤 한다.

내용은 이미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지라 알고 있는데도, 내 책이 온다는 느낌 때문에 설레는 것 같다.

남편이 옷 좀 사달라, 뭐가 필요하니 사달라 하면 인터넷 검색이 한없이 귀찮아 직접 사라고 소리지르면서도, 책 쇼핑만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이 반짝거린다.


나만 보기 아까운 책들은 온라인서점으로 바로 주문을 한다.

(망설이지 않고 책 주문하라고 상품권을 선물해준 남편에게 감사...(거의 반 강제였지만...하핫))


그렇게 산 책들이 지금 아이의 책장을 메우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읽지 않는 책들도 있다.

나는 꽤나 재미있게 여러 번씩 읽었던 책들인데 아이는 안 좋아하는 역사소설류.


서찰을 전하는 아이, 조선특별수사대, 길위의 길, 긴긴밤, 조선명탐정 정약용 등등


조선특별수사대와 조선명탐정 정약용은 아이가 두려워하는 "죽음"을 담고 있어서 거부하고, 어떤 책은 역사동화라는 것 때문에 거부하고 있는 책들인데, 사실 죽음을 담고 있는 책 두권의 공통점은 추리동화라는 것.

아이는 희한하게도 요즘 초딩 중 안 읽은 아이가 없다는 유명한 시리즈인 "전천당",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소설은 물론이고 머리를 써야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류는 좋아하지 않았다.

의아한 건,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펼쳐보는 전통문화"시리즈처럼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지식동화류는 너무도 좋아한다는 것. 전집인지라 새것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워 단권으로 구입하려면 중고서점으로만 구입이 가능한데도, 아이는 읽는 족족 사달라고 하여 이 시리즈만 10권 넘게 구입한 것 같다.


요즘은 곤충에만 몰입해서 곤충책만 편독하는 아이라 창작동화류를 거의 읽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쪽지전쟁, 슈퍼땅콩 대 붕어빵, 숭민이의 일기, 푸른사자 와니니같은 창작동화 위주로 읽던 아이가 곤충에 빠지고 나서는 다시 지식동화로 급 전환된 것 같다. 곤충 책이라면 중고서점이나 도서관을 뒤져서 악착같이 찾아 읽고 곤충 이름은 아무리 길어도 줄줄 읊어댄다. 나도 그 즈음 지식책에 몰입하기 시작해서 별똥별 아줌마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구입한 별똥별 아줌마의 아프리카 이야기, 남아메리카이야기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라서 슬쩍 밀어넣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미끼를 덥썩 물어준 아이는 차 안에서도 공원에서도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곤 했다.  그 후론 사막 이야기와 화산이야기를 거쳐 이제는 우주이야기까지, 아이도 나도 별똥별 아줌마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6월에는 아이만 열광하던 와니니가 있었다면 지금은 나도 같이 열광하는 별똥별 아줌마. 위드코로나 시대이니 짠 하고 나타나 어디에선가 강연을 하신다면 그 곳이 어디든 쫓아가서 듣고 싶다. (별똥별 아줌마 들리시면 응답 부탁드려요...ㅠ.ㅠ)


도서관을 자주 간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내가 미처 살피지 않았던 코너가 많다는 것. 책장들을 뒤적거리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그 책이 보물임을 깨달았을 때 드는 희열은 미처 말로 표현할 수 조차 없을 정도다. 다시 도서관으로 가서 관련 책을 우르르 골라 가슴에 품어 안고 집으로 와서, 커피를 내리고 잔뜩 쌓인 빨래를 개며 독서대에 얹은 책을 읽을 때면 모든 걱정을 잊고 마음의 평화가 오는 듯하다. 물론 폭풍 검색과 함께 책 주문 클릭으로 마음의 평화가 마무리되곤 한다.


오늘도 책이 온다.

이번엔 특별히 작은 아이가 좋아할 법한 엉덩이 학교와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 빵 터졌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섞어넣었다.

추석 이후론 당일 배송이 어려운지 배송 이틀째인 오늘 여전히 도착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도착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계속 설렐 것 같다.

책을 기다리는 건, 뱃속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마냥 늘 설렌다.

어떤 책이 올까, 어떤 내용일까를 생각하며 책이 오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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