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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ug 01. 2023

학원 안 다니는 초등 고학년의 슬기로운 여름방학2

초6인데 아직도 종이비행기를 접고 논다구욧?!

바야흐로 여름방학이다.

초딩 생활 마지막 여름인데, 학원도 안 가는 우리 집 큰 아이는 불안하지도 않은가보다.

수학 6학년 2학기 예습 1장, 복습 1장, 영어 온라인 수업 듣기 30분, 영어 문제집 1회가 끝인데 말이지...

시키는 건 참 잘 하는데 안 시키는 건 참 안한다며 놀려대도 요지부동.

바로 우리집 천하태평 초딩 고학년 큰 아이되시겠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노는 아이도 아니다보니, 하루종일 심심해서 작은 아이 오는 시간만 기다리는 큰 아이.

더위를 피해 나와 같이 도서관에 한 두시간 있기도 하지만, 말 한 마디 못하는 조용한 도서관이 답답한지 더워도 집에 있는 게 낫다고 한다.


집에 있는 시간엔 숙제를 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릴 때 쯤엔 비행기를 접는다.


비행기를 처음 접기 시작할 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비행기가 있는 줄 몰랐다.

라떼는....

온니 한 종류의 비행기만 줄창 접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비행기 종류만도 어마어마하고, 심지어 국가대표 종이비행기 날리기 선수들도 있는 모양이다.


부메랑 처럼 되돌아오는 비행기, 오래 나는 비행기, 멀리 나는 비행기 종류가 각각 다르고


머리 부분이 뾰족한지 납작한지, 날개 각도는 얼마나 굽었는지 방향타는 어느 방향으로 휘었는지에 따라서도 비행기의 성능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다보니


6살 터울의 두 아이들은 종이 하나로 의기투합해서 몇 시간을 종이를 접고 날리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양한 종이비행기의 세계. 모양도 날개도 다 다르다. 날개를 접느냐 방향타를 접느냐 머리를 납작하게 하느냐 뾰족하게 하느냐에 따라 비행기 성능에 월등한 차이가 있다.

밖에서는 바람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다보니 나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집에서는 바람의 영향이 많지 않으니 저절로 집돌이들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종이접기는 작은 아이가 접는 팽이부터 시작했다.

팽이에 입문하고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에서건 집에서건 줄창 팽이만 접어댔는데, 그것 본 큰 아이가 자기는 비행기를 접어보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다양한 팽이의 세계에 매료된 작은 아이에게 자극받은 큰 아이가 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

아직 덜 더웠을 땐 가까운 공원에 자리를 잡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를 반복했는데, 뜨거운 지금엔 단 1분도 바깥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안되다보니 집에서 종이를 접고 있다.


작은 아이는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큰 아이는 집에서 종이를 접고 있는 걸 안 작은 아이 친구 엄마들이 놀라서 묻는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 아직도 종이비행기를 접어요?"


음.

어릴 땐 종이접기 싫어하던 녀석이 초 6에서야 관심보인다는 걸 어찌 설명하겠는가.

울집 큰 아이는 아직 제 나이보다 어린 초딩인가보다. 하하...


하루는 과학책으로 양력의 원리를 알았던 큰 아이가 야심차게 모터 비행기를 만들겠다며 로봇 부품과 재활용 우유팩으로 뚝딱거리다가 생각보다 무거운 비행기 무게에 좌절하며 포기하기도 했다.

날개는 미처 만들지도 못하고 포기한 미완성 작품. 나름 랜딩기어도 갖추고, 모터와 배터리도 갖추었는데..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떠오르게 하는 양력을 만들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이때다 싶어 비행기를 만드는 아이들에게 슬쩍 비행기 관련 책을 디밀어보았다. 종이비행기에 대한 관심을 항공우주로 확장시켜주고 싶었던 것.


마침 새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었을 때라 꿈을 확장시켜주고 싶은 엄마의 의도가 조금 간파되었는지 큰 아이가 망설이기는 했지만 결국 미끼를 물었고, 예전만큼 깊이 빠지진 않지만 꿈의 방향이 조금씩 선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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