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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들만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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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19. 2024

중학교 상담은 아이가 직접 한다고요?

선생님,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적응의 3월도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습니다.

3월 말 즈음이 되면 학부모총회와 상담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뜬 상담 공지.

작은 아이의 알림장에는 선생님이 강력한 문구로 "담임 선생님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는 경우에만 상담 신청"하라고 적혀있네요.


음? 초등학교 1학년인데 상담을 안 한다고?

의아하긴 하지만, 사실 1학기에는 1학년 뿐만 아니라 모든 학년의 아이들 파악이 덜 된 상황이라 원래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굳이 필요없으면 하지 말라고 써주셨으니, 작은 아이의 상담은 신청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중1인 큰 아이의 학교 알리미에 뜬 상담 공지글을 보니 이상합니다.


선생님께 개별 연락해서 상담일정 조율


응?

선생님께 개별적으로 연락하라니?

가뜩이나 서이초 사건으로 개별 연락 웬만해서 자제하는 게 국룰 아니었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다음날 선생님께 상담 일정을 받아오라고 했지요. 아니면 엄마가 선생님께 개별 연락 드려도 되는지 여쭤보라고....


그런데, 돌아온 아이가 하는 말에 충격이 옵니다.

"엄마. 상담 우리가 직접 한다는데? 칠판에 상담하고 싶은 시간에다가 이름 쓰래서 쓰고 왔어."

"응? 진짜? 너희들이 직접 한다고? 헐!"


라떼 시절엔 상담이랄 게 없었던지라, 에미는 아이가 선생님과 직접 상담한다는 선택지는 생각조차 못했네요.

(그...그으래. 상담은 뭐 적당히 하고 끝나겠구나...)


그리고 어제 생애 최초 학교에서의 시험인 진단평가와 함께 선생님과 첫 상담을 하고 왔다네요.

사춘기 아이지만, 삼춘기를 빡세게 보내고 안정기인 지금,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저에게 곧잘 들려주곤 하지요.

(진단평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궁금해도 굳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엄마의 센스가 필요하지요.)


"엄마, 오늘 상담도 하고 진단평가도 봤어."

"아, 오늘 진단평가랑 상담 날이었구나! 에고. 생각도 못 했는데....어땠어?"


진단평가는 2주 전쯤 문제집 모의고사로 2회분을 풀어본 적 있어서인지, 수월하게 넘어간 모양입니다.

(기초학력측정용이라 원래도 어렵게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모르는 문제 없이 다 풀었다며 갑자기 자신감 뿜뿜해하기에 "어? 웬 근거없는 자신감?" 하며 같이 웃었네요.)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 했어?"

"음. 뭐. 농촌유학 다녀왔다니까, 어디로 갔냐고 물어보셨고, 또 갈 의향 있냐기에,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가야된다고 얘기했지. 학원 다니냐고 물어보시기에 안 다닌다니까 좀 놀라신 것 같긴 했어. 엄마가 쓴 장래희망(야생동물 구조사) 보시고 이유를 물어보시기에 동물 좋아해서라고 대답했어.

핸드폰 없는데,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연락드리면 되냐고 물으시기에 네. 했지.

 쉬는 시간에 상담하는 거라 놀 시간 줄어들까봐 속으로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응? 뭐! 한 학기 딱 한 번의 상담인데 5분 더 놀겠다고 간단히 했다...고..라고라...?!)"


반에서 유일하게 핸드폰이 안 되니 선생님께서도 큰 아이 때문에 단톡방 개설을 못 하시고, 아이에게 연락방법을 여러 차례 확인하시는 것 같더라구요.(과제물 제출할 때 난감할 것 같긴 합니다.)


사유는 모르지만 아몰랑 8년차 휴직중인 엄마에, 큰 아이가 선생님께 묘사한 것 처럼 지나치게(?) 활발한 터울 있는 동생에, 남들 다 다니는 학원 하나 안 다니고, 온라인으로 듣는 수업마저 하나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남들은 가 본 적 없는 농촌으로 '농사지으러' 유학까지 감행한 기이한 아이가 소속된 저 가족의 정체에 알쏭달쏭해하지는 않으셨을까 민망하기도 합니다.(혹여나 에미가 아이를 방치했다고 오해하시진 않으셨기를 바라봅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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