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은 어떤 게 좋은 거야

by Plum




아빠가 네가 하는 건 믿잖아



아빠의 임종 시간이 확인되자마자 나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요양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고 상조에 연락해야 했다. 요양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받고 아빠의 퇴원을 알려야 했다. 잠시만 울고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아빠의 부고를 알리고 바로 수납처로 가서 직원에게 아빠의 퇴원을 알렸다. 병실로 돌아간 후 이번에는 엄마에게 상조 번호를 받아 병원까지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예정해 놓았던 장례식장에 전화를 해서 우리의 방문 소식을 알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그 소식을 여기저기 내 입으로 전하면서 참 생경하고도 마치 소문을 내는 기분이라 불효를 저지르는 배덕한 기분도 들었다.



상조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하기에 장례식장의 응급차를 기다리는 대신 상조회사의 차를 기다리자고 했고 하얀 침대보에 쌓여있는 아빠의 옆에 엉덩이를 걸치고 서서 보조침대에 앉아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나보다 눈높이가 낮은 곳에 앉아있는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을 들어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어 번 쓰다듬다가 엄마의 뺨과 머리 그 어딘가에 손이 머물렀다. 엄마는 손을 들어 내 손을 감싸서 나의 손에 얼굴을 더 깊이 파묻으며 울었다. 그 순간 나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내 머리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장을 만들어 냈고 마음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 순간 나에게 생(生)이 다가왔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크게 해일처럼 밀려왔다. 나의 눈앞에는 생이 있었고 나의 등 뒤에는 죽음이 있었다. 곧 상조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아빠와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온통 결정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상차림부터 꽃, 매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한다면 유골함을 도자기로 할 건지 목함으로 할 건지 무슨 무늬로 할 것인지까지 결정을 내리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는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첫째 날의 늦은 저녁까지도 우리는 유골함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것보다 나는 아빠를 화장하는 것이 맞는지도 헷갈렸다.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가 혹시 어떻게 해달라고 남긴말이 없냐고 엄마는 아빠가 메여 사는 것을 참 한스러워했다며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다고 그리고 아프다가 가셨으니 그게 맞을 것 같다 했다.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놈의 유골함 고민을 참 길게도 했다.



무슨 타임캡슐처럼 생긴 진공 유골함도 있었고 용이나 학이 그려진 왕을 연상케 하는 유골함도 있었다.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큰아버지가 올라오셨다. 인사를 드리고 이것저것 공유해야 하는 것들을 말씀드리고 유골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친척오빠가 와서 큰아버지가 목함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어른들의 경험을 미뤄보아 도자기에 담긴 유골이 땅에 들어가면 그대로 보존이 되는 것이 아니라 뱀이나 벌레들이 찾아올 수 있다고 그냥 목함으로 해서 자연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우선 수긍은 했지만 결정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아빠가 정말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세 가족이 고민을 하다가 오빠가 나에게 말했다.


" 네가 결정해. 아빠가 네가 하는 건 믿잖아. 그리고 너는 아빠랑 똑같으니까 네 생각이 아빠 생각이랑 같을 거 같아.”



평소 다소 덤벙대는 두 사람보단 자신을 닮아 꼼꼼한 나를 아빠가 더 신뢰했으니 결정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나라면 어떨까, 아빠는 어땠을까, 손님들을 맞이하고 주차권을 사러 가면서도 깊은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 결심이 섰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했으니 목함으로 선택해 자연으로 보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는 건 우리의 욕심이었다. 길고 긴 고민이 끝난 후 오빠와 엄마에게 공표했다.



" 결정했어, 목함이야. 그리고 나도 결정했어. 나도 나중에 죽으면 목함으로 해줘, 아휴 머리 아파."



결정 후 나는 능청을 떨면서 말했고 오빠와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는 엄마에게도 따로 공표했다. 이거 아주 보통 머리 아픈 일이 아니라고 엄마는 나중에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지금 딱 결정하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에겐 익숙한 블랙코미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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