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기본값

by Plum

​​

​서러웠다



너무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내 눈물에 내가 질식 당할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흉곽이 수없이 들썩이고 목이 아려왔다. 감았던 눈을 떴다. 꿈이었다. 머리카락과 베개는 축축이 젖어있었고 나는 뿌연 시야 속 초점을 찾으려 눈을 깜빡였다. 젖은 속눈썹 사이로 미처 흐르지 못한 눈물이 낙하했다. 서러운 꿈에서 깼지만 다시 잠들고 싶었다. 다시 서럽게 울고 싶었다. 깊은 무의식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울고 싶었다. 차라리 그곳이 더 현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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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빠를 만나고 온 날은 나도 하루 이틀 슬펐다. 보통 주말이었고 주말이 끝나갈 때쯤엔 또다시 무뎌지고 다시 내일을 살았다. 슬픔을 습관적으로 참다 보니 슬프지 않아도 항상 넘실대는 눈물이 새어 나올 때가 늘어났다. 보통 입을 열면 그렇기 때문에 새어나가지 못하게 입을 꼭 걸어 잠그고 발끝부터 눈가까지 가득 차 있는 눈물을 틀어막았다. 나에게 병이 생긴 이후 나는 더 조용해졌다.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 나에게 필요한 치료를 했다. 목과 척추라인을 따라 근육 사이사이에 신경치료를 위한 주사를 놓았다. 물리치료를 하고 링거를 맞는다. 한 시간이 넘는 치료를 마치고 지혈 스티커를 스무 개씩 달고 병원을 나선다. 홀로 치른 전쟁에 진이 다 빠졌다. 살면서 한 번도 무서운 적 없었던 주사가 시간이 갈수록 무서워졌다. 병원은 무섭고 아프고 편안했다.



그렇게 내 치료를 마치고는 아빠의 병원으로 갔다. 아빠의 식사를 챙기고 양치를 시킨다.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고 어딘가 더 아파진 아빠는 가끔 밥을 뱉어냈다.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듯 나를 노려보기도 하고 내가 가도 더 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허공을 바라보며 눈동자만 가끔씩 여기저기 옮길 뿐이었다. 오빠랑 엄마는 다 잊어도 나는 기억했는데 가끔 나를 앞에 두고도 나를 찾았다. 가장 늦게 잊혀진 것에 감사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힘들수록 더 울지 않았다. 아플수록 더 숨어들었다. 내가 여기 살아 있음을 세상이 눈치채지 않게 아주 조용히 숨을 마시고 내쉬었다. 침묵은 소란스러운 게 맞았다. 침묵은 슬픔이 기본값인 게 맞았다. 슬픔이 자꾸 깊어져서 나도 세상도 자꾸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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