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레시피
정성이 필요한 어니언 수프
나는 한식보다는 이탈리안을 좋아하고 이탈리안보다는 프렌치를 좋아한다. 또 프렌치보다는 동남아 음식들을 좋아한다. 결국 가리는 게 없다는 이야기지만 선호도는 어쩌다 보니 한식이 가장 기호와 멀어졌다. 모든 한식이 그렇진 않지만 밥과 국을 멀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 밥은 좋아한다.
여기서 함정은 나는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다 보니 자주 따라 하고 가장 익숙한 음식이 되었다. 셰프처럼 전문적인 지식으로 하는 정식요리는 아니어도 야매요리는 자신 있다. 매일 뭐해 먹을지를 궁리하는 일상인데 얼마 전부터 어니언 수프가 생각났다. 단호박, 옥수수, 감자 등 수프 종류는 전부 좋아하는데 그중 어니언 수프를 가장 좋아한다. 몇 해 전 먹었던 어니언 수프가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의 그 맛을 다시 떠올린다. 아무래도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모든 수프 종류는 좋아해도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귀찮아하지만 오래간만에 귀찮음을 감수하고 끓여보기로 한다.
그때 그 맛이 날까 잠시 우려한다. 그래도 정성만 있다면 망하기 어려운 레시피라고 다독인다. 망하면 또 어떤가, 맛있게 먹어줄 미래의 나를 기대하며 양파를 꺼낸다.
재료
양파 2개, 버터 한 큰 술, 후추 약간, 야채 스톡, 밀가루 한 스푼, 외에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은 파마산 치즈나 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화이트 와인 (이 레시피는 와인과 치즈는 뺐어요)
How to make
1. 살짝 달궈진 냄비에 버터를 넣고 녹기 시작하면 잘게 채 썬 양파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2. 타지 않게 중 약불에서 계속 볶아준다. 갈색으로 카라멜라이징이 될 때까지 오래 볶아준다.(약 30분-1시간 소요)
3. 갈색으로 카라멜라이징이 잘 됐다면 밀가루를 한 스푼 넣고 5분 정도 볶는다. 와인이 있다면 이때 반 컵 정도 넣어준다.
4. 물 300ml와 야채 스톡을 넣고 끓인다. 채식 레시피가 아니라면 치킨스톡도 가능하다.
5. 20-30분 정도 중불에서 타지 않게 저으며 끓여준다. 농도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시간 조절한다.
6. 후추를 톡톡, 싱겁다면 소금을 넣어도 된다.
7. 치즈를 올려 완성
나는 치즈 대신 바질가루를 뿌려 완성했다. 치즈를
듬뿍 올려 오븐에 구워서 바게트와 함께 먹어도 좋다. 좋아하는 빵집에 무화과 치아바타를 곁들였고 바질 페스토도 빵에 살짝 발라 수프와 함께 먹었다. 많은 재료는 필요 없고 양파와 정성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어니언 수프는 사실 정성이 가장 큰 재료다. 기분이 좋아져 수프를 먹으며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다 <서른아홉, 열아홉>을 다시 보기로 한다. 로맨스 금지, 다시 보기 금지의 영화 취향인 내가 몇 안되게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 중 하나다. 핑크색 스쿠터를 타고 프랑스 골목을 누비는 피에르 니네이를 보며 언젠간 저곳을 걷고 있을 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