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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Nov 30. 2022

가끔, 나는 나 자신을 모를 때가 있다.

국적은 한국인데 나 자신이 일본인처럼 느껴질 때.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라는 말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다.


국적과 자란 곳이 다른 아이들이 흔히 겪는다는 이것.

부모님의 나라인 자신의 '국적'에 의문을 품는 것이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다.


나도 그중 하나다.


8살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인생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 나에겐 한국이라는 나라가 외국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고 사춘기 시절에는 남과 다른 이름을 기진 내가 싫었다. 남과 다른 점을 창피해하고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는 것 마저 친구들의 주목을 받을까봐 싫었다.


중학교 때는 역사 시간에 한국 관련된 글에 눈이 갔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오면 아직 진도를 나가지 않은 역사 교과서 뒤편을 뒤적거리며 읽었다. 겉으로는 한국인이라는 내가 창피했지만 내심 한국인이라는 것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궁금하고 알고 싶었다.


스포츠 경기는 한일전이 한다고 하면 집에서는 온갖 힘을 다해 응원했고 한국이 우승을 하면 기뻤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밖에서 내색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일본 학교에서 한일전에 한국이 이긴 날에는 다음날 학교에서 조용히 지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이 쏟아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었던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였다. 일본에서 K-pop 이 유행을 하자 한국어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내게 다가와 관심을 가졌다. 나는 미숙한 초등학교 1학년 언어 수준으로 한국어를 보여줬지만 그들은 그런 건 눈치 채지 못하고 내가 한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대단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나는 동물의 왕이 된 느낌으로 집에서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를 해서 아직 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외국에서 한국인이 한국어를 못 하면 이상하다는 눈치로 보니. 그나마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던 나는 제외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성장할수록 내 안에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과연 나는 진짜 한국인인가?

일본인이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주변 친구들은 내가 일본인과 다를 바 없다는 듯 대한다. 처음 나를 본 사람은 이름으로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차 친해지면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인 이름을 한 일본인인가?


어쩌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아니면 그냥 혼혈이면 얼마나 정의하기 편했을까.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피를 가졌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한국으로 진학한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그건 한국에서 외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어딜 가나 내가 입만 열면 어색하고 일본 특유 발음이 섞인 한국어가 그들에겐 나를 일본인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심지어 한국에서 지내는 와중에 주변 친구들은 재외국민, 아니면 일본 유학생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자기 나라에 와도 결국 외국인이구나.

어디에 가면 진심으로 나를 진정한 한국인으로 받아줄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고독함.


어릴 적 읽은  '미운 오리 새끼' 동화머릿속에 스치자 갑자기 눈물이 뚝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고민은 마음이 예민할 때 극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이제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다.


국적으로 나를 판단하지 말자.

나는 한국인이고 동시에 일본인이다.

하지만 애국자이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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