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그리움은 존재한다
한 곳에 오래 살지 않아도 그곳을 떠나면 정이 들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나에겐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두 곳 있다. 하나는 내가 자란 일본이고 또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이다.
어릴 적 일본에서 지냈을 때 나는 자주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그래서 하루빨리 일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서 사는 게 나의 최종 꿈이기도 했다. 한국을 그리워하는 순간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학교에서 국어 수업을 들을 때, 역사 시간, 체육시간 등 평범하게 지내는 와중에 나는 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갔다. 거기서 한국 관련 책을 읽고 한국 정보가 있으면 찾아 읽었다. 그게 나의 행복이고 즐거움이었다. 대리 여행하는 기분으로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간접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20살이 되었을 때 나는 한국으로 이사를 갔다. 대학을 진학 한 나는 서울에서 삶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른 어려움과 고난이 내 길을 가로 막자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벗어나고 싶어졌다. 책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한국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좋은 추억을 새겨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 끝에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해갔다. 나는 가장 선호하는 장소마저 생겼다. 집 근처에 밤에 자전거를 타고 야경을 보러 간 날. 그 야경을 보고 나는 중독이 되었다. 밤 10시에도 도로에 차가 가득했고 높은 건물에서 빛나는 불빛이 서울의 밤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이곳을 내 최애 장소로 각인시켰다. 앞으로 힘들거나 기분 전환할 때 와야지 하고는 종종 그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어느새 2년이 지나 나는 부모님이 사는 일본으로 잠시 돌아갔다. 두 달 정도 있으며 지금까지 한국에 있을 때 그립던 일본에 와 있다는 게 기뻤다. 하지만 그건 오래 안 가고 말았다. 나는 일본에 있으면서 한국을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본을 그리워하고, 일본에 있을 때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나의 심정은 시끌벅적했다.
왜 한 곳에 만족할 수 없는 걸까?
지금 있는 곳만 바라보며 살 수 없는 걸까?
이러한 의문을 갖으며 오늘도 한쪽을 그리워하며 산다.
언젠가 내게도 한 장소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 오길.
하지만 당분간은 이 갈등이 지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