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하여
올해 초 추운 겨울날 있었던 일이다.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직을 앞두고, 1주일 정도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던 시기가 있었다.
1년에 한 번씩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는 습관이 있었던 터라, 동네에 있는 치과에 내원했다.
20분 정도 치석 제거를 받고 난 뒤, 치위생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환자 분, 오른쪽 어금니에 충치 치료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물었다.
"충치가 많이 큰가요?"
"충치가 많이 심하지는 않은데, 1년 전 내원하셨을 때도 있었던 거라서 방치하면 안 좋아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스케일링이 끝나고 빨리 집에 가서 드러누워 쉬고 싶은 근시안적인 마음과
지금 해두면 두고두고 편하다는 것을 아는 원시안적인 마음이 충돌했다.
5분간의 장고(?) 끝에 충치를 치료하기로 큰 결정을 내렸다.
치료는 2회에 걸쳐서 진행되었고, 첫 번째 진료 때는 마취 주사 후 충치가 생긴 부분을 도려내었다.
그리고 1주일 후에 그 도려낸 부분에 금으로 메우는 치료였다.
치과를 내원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 경험했을, 마취주사의 그 얼얼함.
바로 마취가 풀리지 않고 최소 3시간은 지속되는 그 얼얼함.
그렇게 마지막 치료일이 다가왔다.
토요일 오전 11시의 치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구멍 난 내 어금니에 금을 붙여주시던 치과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번에 미루지 않고 충치 치료하신 거 아주 잘하신 거예요.
이런 일들은 시간을 따로 내서 하려 하면 안 되고, 생각이 났을 때 바로 해버려야 해요."
이 말의 울림이 상당히 컸다.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잘하고 싶어서 미루게 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기 시작해서 3일째가 되면 3배로 하기 싫어지고, 5일째가 되면 5배로 하기 싫어진다. 반면 그날 당장 시작하면 그 일의 무게는 1/2로 줄어들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루게 되는 역설적인 마음이 사람의 마음이다.
치과 문을 나서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에서 선망받는 직업이며,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고도 표현한다.
어쩌면 그 치과의사 선생님이 치과 의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시간 관리 습관 덕분 아닐까.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이나 공부를 다음 날로 미루지 않고, 제때제때 해내던 시간 관리 습관.
그런 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나에 대한 자신감, 자존감도 높아지고 더 어려운 과제도 해낼 수 있다는 내면의 힘이 생겼을 것이다. 하루하루 눈덩이가 선순환의 구조로 굴러서 어느 날 엄청나게 큰 눈덩이가 되어있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흔히 말하는 복리의 마법처럼.
그날 치과 치료를 받고 다시 집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