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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실 Oct 26. 2024

분노를 넘어 사랑을 보다

너의 마음속 사랑

하루는 학교가 떠들썩했다.

그 원인은 한 아이였다.

그는 학교 수업만 들으면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며 조퇴를 원했고,

담임 선생님과 갈등을 겪으며 화를 내고 있었다.


이전에도 같은 이유로 아이는 조퇴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상담과 여러 가지 지원을 제공했지만,

아이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은 그 아이가 유독 분노에 차 있었고,

교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까지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나서야 했다.


아이의 어머님께서 상담을 요청하셨다.

아이는 반에서의 학습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점점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여러 환경으로 인해 우울, 불안, 분노가

쌓여 있었다. 학교에서는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며 속이 울렁거리는 신체 증상도 나타났다.

여러 병원의 진단 기록을 검토한 후,

어머님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이 학생을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신청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결과가 나오는 동안, 아이와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며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마음이 이끌렸다. 우리 반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 학교의 학생이자 소중한 한 아이이기에,

대화를 나누고 다가가야겠다는

나의 결심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아이의 내면에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정한 말을 건넬 줄 알고, 따뜻하며

정이 많은 동시에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그러나 자기 내면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아이의 행동은 정서행동장애의 특성이었고,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실제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신체적인 증상 역시 진짜로

겪고 있을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기

때문에 꾀병이나 조퇴를 원해서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마음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그 마음을 알아주고자 노력하고

깊이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후 아이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아이가 처음 도움반에 오는 날, 환영 파티를 열었다. 학기 중간에 오다 보니 학년이 섞인 이곳이

낯설고 어색할까 걱정이 되었고,

나의 학생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마음과

따뜻한 환영의 마음을 담아 파티를 준비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새로 온 친구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파티가 끝난 후 하교 시간에 아이가 찾아왔다.

그의 눈빛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선생님, 저 아까 울 뻔했어요,”라고 말했다.

“언제?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라고 물어보았다.

아까 파티에서요. 저렇게 환영받아본 적이

처음이에요. 감동받아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선생님 감사해요.” 아이는 그렇게 말한 후

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 말이 내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겨

서 있는 자리에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마음을 두어 학교 생활이

아이에게 안식처가 되기를 바랐다. 그 마음을

느꼈는지, 아이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 여기 와서 정말 좋아요!

내년에도 여기서 국어와 수학 공부하는 거죠?

여기 오면 마음이 편안해요.”


아이가 도움반에 온 지 4개월 정도 되었다.

1학기 때 자주 하던 조퇴를

2학기에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에 조퇴를 원하며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힘들 때는 잠시 내려와

마음을 다스리라고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를 생각해 주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화날 때도 조금은 참으려고 노력해요!”라는

그 말에 어떻게 보듬어주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나는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다.

조금씩 천천히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는

아이의 곁에서 발맞춰 걸으며,

아낌없는 응원을 전해줄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당신에게>
힘든 순간에도 사랑과 이해를 잃지 않고
서로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손길은
그만큼 소중하고 대단합니다.
저에게도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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