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웃고 있어?”라는
질문에 나는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언제나처럼
웃을 수 없는 날들이 존재했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아픔에는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며 함께 속상해하지만, 정작
나의 속상함을 다루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항상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듣고 이해하는 데는
능숙했지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에도,
울고 빌며 엄마를 정신과에 입원시켰을 때에도,
외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에도,
스트레스로 무월경에 걸렸을 때에도,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나는 웃고 있었다.
내 얼굴에 슬픔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를 썼다.
내가 밝히고 있는 이 불이 꺼지면
주변까지 어둠이 드리워질까 두려웠다.
주변에 따스한 빛을 전하지 못할까 봐,
나를 보며 힘을 얻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감추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늘 밝고 웃음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불빛이 나를 다 태워버릴 것만 같았고,
이렇게 계속하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 뜨겁게 달아버린 나를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끌어안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키워주시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착하고 예쁘고 똑똑하다고,
“우리 유진이가 최고야”라고 말해주는 할머니.
차가 없는 나를 위해 아픈 엄마와
그런 딸을 걱정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여행을 다녀주고, 언제나 힘들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남자친구(남편).
그리고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고 있었다. 내가 두려워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내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꼭꼭 숨겨두지 않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이게 나에게 필요한 치유의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에 검진을 받았다. 가슴과 난소에
석회와 물혹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마음의 무게를 덜고 싶다.
밝게만 보이지만 나도 힘든 순간이 있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서로 함께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서로를 일으켜보자.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나누는 것은
결국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이 공간에서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스한 말을 건네주는
당신 덕분에 위로를 얻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당신에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응원을 전해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우리 오늘 위로하고 내일은 응원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