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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Jun 23. 2023

물고기자리

나만 알고 싶은 쉼터

비움으로 나를 채우는 헤이리마을 마음산책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가 그리운, 그런 날이 있다. 나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느리게 걷는 길, 올려다본 하늘이 넓은 품으로 나를 초대하는 그 길. 헤이리마을에서 즐기는 마음산책.     

‘헤헤헤 헤허이히허아야 에헤 에 헤이리로야’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 농요 <헤이리소리>의 후렴구이다. 1998년 10월 경기도 파주에 조성된 마을 ‘헤이리’의 이름은 여기서 따온 것이다.

헤이리마을의 나이 벌써 25년, 마을이 개방된 것도 20년이 넘었다. 통일동산 관광특구에 속한 헤이리마을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15만 평의 부지를 둥그렇게 에두른 헤이리마을은 1번부터 10번 게이트를 이용해 출입할 수 있다. 관광특구이다 보니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많은 여행객으로 붐비기 때문에 평일을 이용하거나 조금 더 여유 있는 8~10번 게이트 이용을 추천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공연장, 영화관, 테마파크, 북카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을 즐길 수 있다.      

     

나와 만나는 무장애 노을숲길     

7번 게이트에서 데크길로 연결된 무장애 노을숲길은 보통 걸음 20분이면 전망대에 오른다. 발걸음 가볍게 느린 마음으로 가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봄꽃이 지고 바람에 실린 찔레꽃과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계절. 여러 차례 봄비가 다녀가면 나뭇잎은 깊은 초록으로 풍성해진다. 깊은 산은 아니지만 좋은 공기를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목재 갑판으로 이어진 길은 경사가 낮아 남녀노소는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숲길을 오르는 동안에는 반드시 좌우를 살피며 걸을 것. 키 큰 전나무, 소나무, 밤나무, 키 낮은 진달래와 철쭉나무, 숲길을 가득 채운 싱그러움을 오감으로 만날 수 있다. 

탁 트인 전망대는 사방 각각의 풍경을 선사한다. 북쪽을 바라보면 임진강을 따라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석류포마을, 매골마을이 훤히 보인다. 한강과 이어진 김포와 문수산, 동쪽으로는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미래캠퍼스와 CJ ENM 그리고 마을 풍경까지 한 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노을숲길’ 이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일출과 일몰 타이밍까지 맞춘다면 더할 나위 없을것이다. 노을숲길의 해지는 풍경은 전국 일몰 명당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20분 발품으로 건지는 인생샷,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헤이리마을은 건물 높이의 제한을 안고 조성되었다. 주어진 자연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가 더해져 덕분에 산과 늪 개천의 많은 부분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을 어느 곳에서 하늘을 올려 보아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우러진 나무들과 꽃, 하늘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산책길에서 만난 마음이 닿길     

8번 게이트에서 마을 방향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양옆으로 길쭉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길을 내준다. 주말에도 다른 게이트에 비해 한가한 편이어서 방해받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오백 살 된 느티나무는 헤이리마을의 명물이다. 스쳐 지날 수 있으니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꼭 찾아보길 바란다.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나무가 주는 웅장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몇 사람이 붙어 앉아도 넉넉한 나무 그늘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아도 좋다.

헤이리마을의 중심부를 지나 녹도를 따라 나무길 사이로 들어서면 ‘마음이 닿길’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마음이 닿길…’ 애잔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귀다.

마을 안에는 이 푯말이 여러 개 숨어 있다. 몇 개의 ‘마음이 닿길’ 푯말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힘든 일상의 고민을 하나씩 내리고 돌아오면 좋겠다.

  

         

나만 알고 싶은 쉼터물고기자리


복잡한 마을 중심에서 벗어나 10번 게이트 출구 방향에 위치한 물고기자리는 2017년 9월 문을 열었다. 물고기자리는 주인장 남편의 특이한 성씨인 어(魚) 자에서 따 왔다. 이곳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겼다. 

는 한자 물고기 어 '魚' 자에서 따온 남편 성씨다. 남편이 폐암을 진단 받고 수술하고 재발되었지만 우리곁에서 함께 오래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담긴 이름이다


최대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며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물고기자리 불변의 원칙. 소스를 직접 끓여 맛을 낸 가정식 파스타, 자연산 100% 치즈를 사용해 담백하고 건강하게 토핑 한 고구마와 단호박 피자가 유명하다.

  활짝 젖힌 폴딩도어가 테라스와 경계를 허물면 경기미래캠퍼스 건축물과 푸른 나무들이 시야를 채운다.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해가 눈부신 어느 날에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약속한다. 곳곳에 비치된 도서는 물고기자리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여유의 덤. 책장을 넘겨도 좋고, 테이블마다 비치된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도 좋다. 한편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편지나 그림이 모여 있어 훔쳐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뒷마당에 심어진 살구, 앵두, 미니사과, 보리수, 머루 등의 조그마한 과실수는 열매 맺는 시기가 모두 달라서 꼬마 손님들의 놀잇감이 된다. 건강한 맛, 푸른 자연,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까지 담아갈 수 있는 물고기자리, 헤이리마을 추억의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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