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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Jul 18. 2023

꿀모닝

공릉천에서 시작하는 하루

공릉천 아침은 꿀이 흐른다.     

매주 아침은 꿀모닝이다.

꿀모닝은 매일 새벽마다 만나 수영하는 모임 이름이다. 코로나로 수영장 문이 닫히자 누구랄 것도 없이 대동단결하여 함께 걷게 되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에 모이던 그 시간, 5시 50분이면 통일동산 우체국 앞으로 모인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터질듯한 종아리 근육을 자랑하는 글쟁이 회장님, 장소불문 살림바 시르사아사나(물구나무서기)가 가능한 요가 실력자 향진 언니 그리고 한 번도 짖는 걸 보지 못했지만 개임이 분명한 나름 씩씩한 김포비 이렇게 셋은 한 가족이다.

손끝 부지런으로 따를 자 없는 뚝딱 요리장이 형숙 언니, 약속은 칼각! 에누리 없지만 늘 뒤에서 묵묵히 잘 챙겨주는, 맘그릇에서 덤보따리가 쏟아지는 호탕한 종진 아저씨도 꿀모닝의 소중한 멤버다.

주먹만 한 얼굴에 모자가 잘 어울리는, 늘 조용한 동갑내기 지현, 소도 때려잡게 생긴 덩치와 외모지만 배려심과 공감 능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총무님까지 7명이 모두 모이면 바로 출발이다.

우체국에서 만난 우리가 인사와 함께 출발하는 그곳은 동트는 공릉천. 파주시에 있는 공릉, 순릉, 영릉을 합해 삼릉이라 하는데 그중 공릉이 이름의 출처가 되겠다. 경기도 양주시, 고양시, 파주시에 걸쳐 한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니 강줄기가 짧지 않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을 지나 넓은 도로 끝자락 계단으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파주의 본모습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은 푸른 논이 쭉 펼쳐진 공릉천 길 위에는 30년 된 약산 정미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약산 정미소는 법흥리에 터를 잡고 농사를 업으로 지낸 친구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다섯 명 청춘이 이제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고 하니 인근에서는 꽤 유명한 터주 명소다.

공릉천을 따라 펼쳐진 논은 봄에 심은 모가 자라 푸르게 물결친다. 이곳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청정지역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들여다보니 빨간 우렁이알들이 벼의 푸른 줄기에 한가득이다.

논길을 따라 회장님과 총무님 김포비가 앞장을 선다. 향진언니, 형숙언니, 지현이 그 뒤를 바짝 따른다. 난 종진 아저씨와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맨 뒤 그룹에서 호흡을 맞춘다.     

사계절을 몇 번이나 보내고 맞은 길인데, 나는 매주 걷는 이 길에 늘 새롭고 가슴 벅차다. 복잡했던 마음도 잊고 걸음만큼 가벼워진다. 둑길로 오르면 공릉천이 흐르는 길과 만난다. 공릉천 일출은 사진가들의 출사지로 손꼽힐 만큼 근사하다. 새해를 맞는 1월 1일에는 해맞이 인파로 가득 차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렇게 송촌대교를 지나 논에 물을 대주는 배수펌프장까지 한 바퀴 돌아 시작점인 우체국 앞까지 오면 8km 만보를 채우며 1시간 남짓 꿀모닝 아침 걷기가 마무리된다.


내 눈에 멋진 일출을 담는 주말 아침, 공릉천에는 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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