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강가 언덕 키 큰 팽나무
두 아름 넘는 나무 밑동 옆에 안내판
수령 : 3백 년 이상
근현대를 겪은 생체기가 군데군데
지금 내 앞에 서있다
간 밤 내린 비로 흩어진 낙엽들
그 잔해 하나 골라 집어 들고
보물 얻은 듯 주머니에 넣었다
없는 듯 가벼운데 세월 무게 버겁다
부는 바람은 마음 물결 일으키고
자랑삼아 집에서 내민 증표
이게 3백 년 넘은 팽나무 낙엽인데..
설거지로 바쁜 손놀림에 보는 둥 마는 둥
"그 잎이 3백 년 된 건 아니지."
하! 맞긴 한데 순간 말 막히고 욱한다
바람 빼는 데는 일가견 있네
예전 구겨지고 낡은 지폐 한 장에
그 가치가 손상된 건 아니라며
어떤 삶이든 그렇지 않냐며 당당하더니
세상에 속아 세속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