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느린 마을 일기 2부. 익숙한 세상과 안녕

by 이나

10. 수영


곧 열리는 수영대회에 조카가 나선단다.


“오 대회를 나가?”

“어. 자유형이랑 배영이랑. 근데 안 나가고 싶다고 울었다.”


조카는 어쩐 일인지 대회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 왜냐고 물어도 별다른 대답이 없다. 그냥 대회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물어본다.


“혹시 1등 못 할까 봐 그래?”


그랬더니 조카가 “응.”하고 대답한다.


“1등 안 해도 돼. 왜 꼭 1등 해야 해?”

“아니 그래도……. 1등 하고 싶단 말이야.”


조카가 칭얼대니 언니는 “해! 해! 1등 해!”하고 대답한다.

조카는 승부욕이 강하다. 남과 비교해서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둬야만 직성이 풀린다. 나와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지면 삐치거나 게임을 파투 낸다. 그래서 나는 눈치껏 적당히 봐준다. 그렇다고 너무 티 나게 봐주면 또 안 좋아해서 약간의 연기가 필요하다.

조카는 어른인 나를 상대로도 비교를 많이 한다. 함께 그림을 그리면 나는 이모처럼 잘 못 그린다며 삐치고, 할리갈리를 할 때도 내가 연달아 카드를 가져가면 금세 오리 주둥이가 된다.

느닷없이 줄넘기를 잘하고 싶다는 조카에게 나는 줄넘기 하는 법을 알려준다. 어디서 또래 친구가 줄넘기 잘하는 모습을 본 모양이다. 조카는 느릿느릿 줄을 돌리고 돌아온 줄을 넘는다.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했던지 몇 번 줄을 돌리다가 조카는 줄넘기를 내려놓는다.


“나는 못 해.”


늘 이런 식이다. 조카는 고작 몇 번 해보고 안 되면 바로 자기 비하를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아니야. 할 수 있어. 안 되면 또 하고 또 하다 보면 점점 잘하게 되는 거야.”하고 말한다. 물론 그런다고 조카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조카는 그냥 지금 당장 먼저 본 친구처럼 줄넘기를 잘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거라고 이해시킬 수 없다. 아이는 고작 7살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없단 소리만 못 하게 하려고 기지를 발휘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너 그거 알아? 머리에는 똑똑 세포라는 게 살아서 나는 못 해! 나는 안 돼! 이렇게 말하면 똑똑 세포가 사라져.”

“힝……. 그럼 나 똑똑 세포 없어?”

“방금 조금 없어지긴 했어. 근데 괜찮아. 똑똑 세포는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잘해!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하면 다시 생겨. 많이.”


내 말 한마디에 조카는 갑자기 ‘할 수 있다’를 연달아 외친다.

그 후로도 나는 걸핏하면 똑똑 세포를 들먹인다.

잠을 잘 자야 똑똑 세포가 생겨.

밥을 골고루 잘 먹어야 똑똑 세포가 생겨.

반찬을 골고루 먹은 직후에 아이 머리에 귀를 대고 똑똑 세포가 생기는 소리를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오! 생겼다!”


그러면 조카는 생긋 웃으면서 더 열심히 밥을 먹는다.

결국에 조카는 수영대회에 나갔다. 걱정하던 것과 달리 자유형, 배영 모두에서 1등을 거머쥔 조카는 기분 좋게 상장과 메달을 받고 웃었다.

조카와 경쟁한 아이는 조카보다 훨씬 늦게 수영을 시작한 애라고 한다.


“이것 봐, 이모! 나 잘했지?”

“응! 잘했다! 우리 아기 진짜 멋지다! 최고!”


나는 1등에 집착하는 조카가 걱정되어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근데 진 친구도 잘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네. 그럼 잘한 거야.”


나는 그렇게 해서 잘한다는 개념을 살짝 수정해준다.

1년 뒤 다시 대회에 나간 아이는 부담을 덜고 수영대회에 출전해 자유형, 배영 모두에서 보기 좋게 깔끔하게 졌다. 그리고 기분 좋게 피자 파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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